'속담으로 풀어보는 이야기 경제학' 김상규 지음 오늘의 책
“두부 사려”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을 멋쩍어하는 소심한 두부장수가 있었다.
큰 소리로 외치지 못하니 장사는 잘 될 리 없었다. 그러다 짜낸 묘안.
된장찌개에는 반드시 두부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착안, 목소리가 큰 된장장수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된장장수가 “된장 사려”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 모기 같은 소리로 “두부도”라고 덩달아 외쳤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 모두 혼자 다닐 때보다 매상이 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적합한 속담은 ‘원님 덕에 나팔 분다’. 경제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와 같이 정상적인 거래활동인 시장기구를 통하지 않고 개인 혹은 기업의 어떤 활동이 자기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이나 개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외부경제’(external economy)라 한다.
‘김 매는 주인은 놉 일꾼 아흔아홉 몫을 한다’에서는 ‘경제적 유인’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에서는 ‘끼워팔기 전략’을, ‘반달 같은 딸 있으면 온달 같은 사위 삼는다’에서는 ‘자유무역’을 배울 수 있다.
현대인이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경제개념 61가지가 속담과 함께 재밌는 이야기로 설명됐다. 김상규 대구교육대 교수의 「속담으로 풀어보는 이야기 경제학」(오늘의책)이다.
“경제! 정말 쉽고, 재미있고, 실생활에 유용할 수 있도록 속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 질문은 20여 년간 경제학을 가르쳐 온 김교수를 줄곧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는 “현대인에게 경제는 이미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며 “문제는 경제의 ‘난이도’”라고 말한다.
한국경제교육학회 부회장과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을 맡고있는 그는 속담에 나타난 한국인의 경제의식에 주목, ‘속담을 활용한 경제개념 풀이’라는 독특한 주제의 연구를 시도해 왔다.
그가 속담을 경제에 끌어들이게 된 동기는 자신의 아이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어려운 천자문을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경제학자로서 호기심이 발동, 천자문 속에 들어있는 경제문장을 찾게 됐고 이를 쉽게 풀어쓸 수 있는 논리로 속담을 다시 보게 됐다. 경제학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일반인들에게는 반가운 책.
1장 ‘뿌리의 경제’에서는 희소성, 기회비용, 시장질서, 균형가격, 상호의존 등 경제 기초개념을 살펴봤다. 2장 ‘나무의 경제’에서는 ‘뿌리의 경제’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해, 3장 ‘숲의 경제’에서는 국가재정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4장 ‘정글의 경제’는 국제경제에 관한 것. 비교우위, 자유무역, 보호무역, 국제수지 등이 실렸다. 부록으로 실린 용어해설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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