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 캐서린 패터슨 글 / 비룡소 / 7500원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괴롭힐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건방지게 보일까.
열한살 소녀 질리의 말썽은 끝이 없다. 그가 말썽을 부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살 때부터 위탁 가정에서 살면서 여러 차례 버림받았던 질리는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사랑에 굶주린 아이가 할 수 있는 고독한 사랑의 암호였다.
하지만 세번째 위탁 가정에서 만난 트로터 아줌마는 난폭한 질리 마음 속에 숨겨진 사랑을 이끌어 낸다.
꿈에도 그리던 엄마를 만났을 때 질리는 엄마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또다시 상처받는다. 트로터 아줌마는 “엄마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며, “중요한 것은 질리가 지금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 찾아 삼만 리’부류의 모성회귀의 진부함을 뛰어넘어 현실을 받아들여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지혜를 담았다.
작가는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안데르센 상을 받은 세계적인 아동문학가다. 이 책은 1979년 ‘내셔널 북 어워드’와 ‘뉴베리 명예상’을 받기도 했다.
△ 김 구천구백이 / 송언 글 / 파랑새 / 8000원
‘김 구천구백이’는 칠천 원을 안 갚아 이자가 붙고 또 붙은 건하의 마지막 별명이다.
이 책은 칠천 원 반납 사건으로 펼쳐지는 선생님과 제자의 한판 대결을 담았다.
사건의 발단은 교실에서 유행이던 로봇 장난감, '비드맨' 때문이다. 박 마법이 애들에게 비드맨을 사 주려고 엄마 화장대에서 돈 오만 원이 슬쩍했다가 선생님에게 들통이 났다.
"김 칠천, 내일도 칠천 원 안 가져오면 별명이 김 칠천백으로 올라가. 모레는 김 칠천이백으로!”
하지만 건하의 엄마는 날마다 바쁘다. 얼굴 볼 시간도 없다. 밤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날마다 아침밥 차려 놓고 쓰러져 자기 바쁠 정도다.
초등학교 한 교실에서 벌어진 조그만 사건을 시작으로 인생에 이제 막 발을 내민 제자에게 돈의 의미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을 가르쳐 주고 싶은 선생님과 그로 인해 맘 고생하는 제자이야기를 재미있게 실었다.
△ 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 / 스티안 홀레 글 / 웅진주니어 / 9000원
주근깨 투성이 남자아이가 양팔에 튜브를 끼고 바닷물 속에 몸을 허리까지 담그고 서 있다.
그런데 뭔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가을이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주인공 가르만. 그는 궁금하다.
‘어른들은 겁나는 게 없을까…’
그래서 가르만은 할머니, 아빠와 엄마에게 차례로 물어본다. 할머니는 죽어서 가르만과 헤어지는 것이, 미끄러운 길, 눈 치울 일이 걱정인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관현악단 바이올린 주자인 아빠는 매번 연주를 앞두고 너무 빨리 연주하면 어쩌나 두렵단다.
엄마는 목요일에 치과 갈 일이 여전히 겁난다고 했다.
'그래, 겉으로 평온하게 보이는 어른들도 나비가 뱃속에서 팔랑거릴 때(노르웨이 말로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가리키는 말)가 있구나.'
이 책은 아이나 어른들 모두에게 인생의 무게는 똑같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또한 두려움에 맞설 성실함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도 아름답게 풀어낸다.
△ 비밀 족보 / 푸른책들 / 8800원
은익이는 어느 날 겨드랑이가 칼로 찌르는 듯 심한 고통을 느낀다.
이상한 건 고통 받는 사람을 못 본체 하면 아픔이 더해진다는 것.
알고 보니 은익이의 통증에는 '가문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겨드랑이에 '날개의 씨'를 가진 은익이의 할아버지가 위험에 처한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다 하늘의 뜻을 어겼던 것이다.
그는 죗값으로 할아버지의 후손들도 날개의 씨가 자랄 때 고통을 겪게 되고 나쁜 마음을 품을 때는 더욱 심한 고통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겨드랑이에 날개 달린 아기 장수가 태어나 고통에 빠진 백성을 구해준다는 제주도의 '아기장수 설화'를 모티브로 한 장편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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