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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안도현 우석대교수

안도현 우석대교수·시인

내 주변 사람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휴대전화가 없다. 어쩌다가 잃어버린 후, 나는 핸드폰과 이별을 고하기로 했다. 처음 얼마간은 불편하더니 곧 휴대전화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가끔 학교 연구실에서 집으로, 혹은 집에서 연구실로, 두어 번의 연락을 거친 후에 연결이 될 때마다 지인으로부터 불평을 들어야 하는 괴로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는 무척 달콤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나는 휴대전화 없는 삶이 단지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만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 지구상의 멸종 동물을 보호하고 무의미한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 일조하는 거룩한(?) 일이라는 걸 알고 뿌듯해졌다.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콩고는 콜탄의 주생산국이다. 고온에 잘 견디는 콜탄은 주석보다 하찮은 광물로 취급받다가 최근 다이아몬드만큼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이 콜탄을 정련하면 나오는 금속분말인 탄탈이 휴대전화와 노트북, 제트 엔진, 광섬유 등 첨단기기의 원료로 쓰이게 되면서 가격이 무려 20배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내전 중인 콩고는 반정부군이 비싼 콜탄을 암시장에 팔아서 막대한 전쟁자금을 조달하는 바람에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아 1990년대에만 무려 500만 명이 희생되었다. 게다가 콜탄의 주생산지인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은 세계적 희귀 동물인 고릴라의 서식지인데, 콜탄을 캐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릴라가 희생되어 그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야생동물이 한 종 사라지는 일은 멸종도감이 한 페이지 늘어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생명체가 자연에서 담당했던 중요한 역할이 사라지기 때문에 생태계의 균형과 질서가 파괴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도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된다.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핸드폰, 세탁기, 냉장고, 나무젓가락, 화장지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물품들이 지구의 환경과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해마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자연 재해는 모두 이러한 물품들이 지구를 치명적으로 파괴하여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점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은 황사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이 나무젓가락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이 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중국 땅의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지면서 숲이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 숲을 복원하지 않아서 해마다 서울의 6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면적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황사는 대륙을 거치면서 산업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도시들이 내뿜는 중금속까지 섞여들어 가뜩이나 탁한 한반도 공기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매년 3월~5월에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이 불청객은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아토피 피부염을 심하게 만드는 원인이어서 초등학교가 휴교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또한 황사가 동반하는 흙먼지와 탁한 공기는 항공과 통신사업에도 장애를 일으킨다. 우리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나무젓가락이지만, 이게 쌓이고 쌓이면 커다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만은 위한 책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따끔한 충고면서 환경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에서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이들의 소망이다. 이러한 소망을 이루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래, 이 기회에 고릴라가 미워하는 휴대전화를 내던져버리면 어떨까? 그건 아주 작은 일이 아니라 매우 심각하고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구는 망해도 휴대전화를 버릴 순 없다고?

 

/본보 서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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