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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간찰

사둔에게 보낸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

전라도 부안에 살던 김지수는 출산을 하기 위해 친정으로 온 딸의 근황을 사돈에게 편지를 보내 알리고 있다. 산후증에 시달리고 있던 딸을 간호를 위해 친정아버지는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김지수는 사돈이 알려준 대로 연달아 약 10여 첩을 썼으나 효험을 보지 못하는데 이것은 사위가 보고 갔으며, 그 후 계속 고생하다가 수일 전부터 기력이 더욱 없어지고 음식도 따라서 줄어서 걱정이 작지 않다고 하고, 그러니 빨리 사위가 와서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의 노력에도 딸의 병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김지수는 다시 사돈에게 편지를 보내 약 처방을 요구하였다. ‘딸은 부안에서 돌아온 후 간신히 지내고 있으며 여름 이후로 병이 더 심하여 사위가 간 후 약효는 커녕 전신의 관절이 끊어질 듯 아프고 사지는 펴지 못하고 맥락은 서로 통하지 않는 것 같으며, 혀뿌리와 이도 잘 맞지 않아 말소리가 전보다 더 더듬거리며 가슴 속의 열기도 간혹 위로 치민다고 하고, 최근에 보익탕(補益湯)을 몇 첩 먹었으나 그 쪽에 용한 의원이 있으면 처방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김지수와 사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지수의 딸는 아기만 남기도 죽어버렸다. 딸이 아이만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나버리자 김지수는 엄마 없는 아이를 기르는 사돈의 상심을 위로하고, 집에 안주인이 없으면 살림이 어려울 것이니 상이 끝나는 대로 좋은 혼처를 골라 재혼을 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위가 틈을 내어 한 번 온다고 하고는 오지 않는다고 하고, 그러나 와서 외로운 무덤을 보면 어찌 처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감히 바랄 수도 없다고 했다.

 

자식을 먼저 보내버린 아비의 슬픔과 딸이 남긴 자식들을 키워야 하는 사돈과 사위의 걱정, 죽은 딸의 무덤에 사위가 오기를 바라면서도 차마 바랄 수 없다는 애틋한 심정이 사돈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딸 가진 죄인이라는 아비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출산과 딸의 사망, 사위의 재혼, 매장 등 결혼으로 맺어진 두 가문의 걱정까지 김지수는 대못을 가슴에 삼키면서 담담하게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딸의 매장에 관련된 서류까지 면사무소에 발급받아 사돈에게 보내어 호적을 정리하도록 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돈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컴퓨터의 사용이 일반화 된 마당에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는 향수가 되어버렸다. 우표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언제 편지를 써 보았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게 현실이다. 메일이 아닌 편지 그것도 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 이런 문화를 살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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