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녀(전주여성의 전화 대표)
긴 추석명절 연휴가 끝났다.
명절에 부모님, 친척들과 고향에 정을 흠뻑 맛보며 지낸 분들도 많았으리라. 아니면 가족과의 갈등으로 명절 휴우증을 앓으며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집집마다 한 가지 근심은 다 있기 마련이고,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 일 테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하는 어른들의 말씀을 새겨 보았다.
ㅎ씨는 재혼 가족이다. 부부가 이혼하고 만나서 새 가정을 꾸렸다.
아내는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자녀를 전 남편이 양육하고 있는데 늘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남편은 전 아내와 사이에 낳은 두 명의 딸 중에 한명은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그리고 한명은 재혼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재혼 전에 서로 합의하에 내 자식처럼 잘 키우겠노라고 다짐을 했건만 현실에 부닥치고 보니 의외의 일들이 일어나 자녀들로 인한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있다. 싸우다가 격해지면 아내는 ‘고아원에 데려다 주어라’ ‘네 딸이니까 네가 챙겨라’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하며 튕긴다. 전처가 가져다 준 아이들의 옷가지도 다 태워 버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럴 때 남편은 아내만 나무람 하니 싸움이 멎을 날이 없는데 아내는 남편이 없을 때 아동학대까지 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딸은 새 엄마가 너무 무섭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시골에서 손녀를 키우고 있는 할머니는 80을 바라보고 있어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도 어렵다. 그런 분이 초등학생인 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침, 저녁 밥 챙겨 주고 빨래 해주는 일밖에 할 수 없는데도 힘에 부친다. 손녀의 숙제를 돌봐줄 수 있는 교육정보는 아예 생각지도 못한다. 아들에게 손녀를 하루 빨리 데려가라고 채근을 해보지만 기약이 없다. 남편은 재혼한 것을 후회하며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우리는 다양한 가족이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동거가족‘ ’독신자가족‘ ’재연합가족‘ 등의 용어도 나왔다. ㅎ씨의 사례처럼 재혼가족이 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도 세태를 반영하듯 재혼가족이 등장하지만 교과서적인 얘기여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단지 드라마 일뿐!
재혼한 여성들은 한 번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가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혼재되어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의 혼란스런 감정 또한 무시할 수 없어서 누구인가 그런 가족들을 위로해 주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재혼 전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위한 상담프로그램 개발이나 자녀들의 안정을 위해 상담소와 지자체에서 재혼가족을 위한 관심을 갖는 대처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김귀녀(전주여성의 전화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