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변호사의 유머기행'...범우사...'산민객담' 이은 두번째 유머집
‘나의 이름은 태어나기 한 달 전에 아버지의 친구인 시각장애인이 지어 주었다. 45년이 지난 후에 내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조연급으로 스카웃되어 남산 지하실에 끌려갔을 때, 그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신이 한국(韓)의 유신헌법(憲)을 이기겠다(勝)는 말이냐”고 조사관이 나에게 대들었던 것이다.’
그 때 그 조사관이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다면 얼굴이 다 후끈거릴 것이다. 억지스런 트집에 참 곤혹스러웠을 주인공은 전라북도 두메산골 무주 구천동 옆 ‘팔천동’에서 태어난 한승헌 변호사(73)다.
2004년 산민객담 1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산책」으로 팍팍한 삶에 웃음 한 조각 쥐어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기행」(범우사)으로 각박한 세상 지쳐가는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산민객담 제2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월간독서지 「책과 인생」에 연재됐던 글들이다.
‘본업’과는 이질적인 ‘별실 작업’과도 같은 유머러스한 글쓰기. 주로 머리 아픈 글만 써오던 변호사가 진통제나 해열제 같은 글을 쓰게 된 것이다.
한변호사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이 속세에서 백미러나 프리즘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는 정신의 순례도 매우 소중하다고 믿는다”며 “그런 순례의 길목에 배필 같은 동반자가 바로 유머”라고 말했다. 책을 내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차려문화’ ‘엄숙주의’ ‘직설막말’ ‘대결논쟁’으로부터의 해방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그는 “규격화된 언어와 사고에서 잠시나마 풀려나거나 그것들을 극복하는 무공해 처방으로서 유머 또는 해학이라는 원소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유머기행은 주로 한변호사의 체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러나 웃음을 즐길만큼 편안하고 행복한 여건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한변호사는 “유대인들의 탁월한 유머를 그들의 처절한 역사에 비추어 평가해 본다면 내말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것이다”고 말했다.
‘박정권의 유신 때, 나는 재소자들(주로 시국사범들)을 위한 책 보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 호응해서 J출판사의 K사장이 <한국사 입문> 20권을 들고 왔다. 그는 창고 침수로 책이 얼룩져셔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한국 역사가 얼마나 얼룩졌습니까? 그러니 한국사 책이 얼룩진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국사>
‘헌법에 보면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라고 되어 있네. 이건 고문을 금지한다는 말이 아니라 고문당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말 아닌가? 고문하는 놈은 놔두고서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가 무슨 소린가? 그렇다면 고문당하는 쪽이 위헌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의 유머는 통쾌함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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