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청이 / 공지희 글 / 낮은산 / 8800원.
"정말이지 가장 싫을 때는 방학 때다. 방학마다 '엘리트 특강' '영재 종합 특강' 등 별별 특강반을 잘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건 이제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다.
문제집 풀고 답을 맞추고, 또 문제집 풀고 또 답을 맞추고….
아무리 날이 춥고, 비염이 심해져도 학원은 가야 하는 게 요즘 아이들.
억울하고 화가 날 만도 한데 학원에 안 가면 아이들 스스로가 안절부절 못한다.
표제작 '멍청이'의 무진이는 학원을 빼먹고 "갑자기 나 혼자 외계의 다른 시간 속으로 뚝 떨어져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불안했다." 라고 털어놓는다.
작가는 이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내면을 파고들며 어른들의 욕심과 조바심에 희생되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아이들이 숨막히는 일상에서 탈출하는 길은 딱 하나. 바로 상상이다.
자신이 놓인 상황에 다른 탈출구를 찾지도 못하는 아이들은 게임에 빠지거나 약한 아이를 괴롭히고, UFO를 타고 멀리 날아가 버리거나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할 꿈을 꾼다.
△ 정갑영의 경제학교 / 정갑영 글 / 영진미디어 / 1만원
"세계적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유대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자 되는 법을 배웁니다.… 이 말은 경제 지식을 가까이 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일반 대중들이 경제 현상을 생활 속에서 보다 친밀하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갑영의 경제학교'는 10대를 위한 경제 학습 만화다. 아무리 장황한 설명도 한정된 만화 컷으로 요약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책이 나오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만화로 배우는 경제' '소비자를 움직이는 경제' '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기업' '나라 경제를 이끄는 정부' '글로벌 경제와 한국경제' 5권으로 구성됐다.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경제용어와 시장원리를 역사적인 사건이나 복권, 영화, 명품 등 일상 소재 안에 담아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을 포인트 경제 이야기(학습면)에서 다시 한 번 보충 설명한 점도 친절하다.
△ 노란 샌들 한 짝 / 캐런 린 윌리엄스, 카드라 모하메드 글 / 맑은가람 / 9000원
옛 소련과의 전쟁과 내전으로 유랑해야 했던 아프카니스탄 난민촌.
하루하루 생활이 절박한 난민촌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저자 카드라 모하메드의 체험을 토대로 썼다.
구호 트럭이 오면 서로 좋은 옷을 갖겠다고 밀치고 난리가 되는 이 곳. 하지만 리나와 페로자 두 소녀는 한 켤레의 샌들을 놓고 사이좋게 오늘은 페로자가, 내일은 리나가 신기로 한다. 작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소녀들의 우정을 다감하게 그렸다.
이들은 학교가 작아 여자아이는 공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창문 너머로 이름을 적어 보기도 하고, 달을 쳐다보며 소곤소곤 옛날 얘기도 한다.
미국 입국 허가를 받아서 떠나게 된 리나 가족. 서로 샌들을 가지라고 권하다가 사이좋게 한 짝씩 나눠 갖고는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고 다짐한다.
작가는 한없이 어둡고 슬플 법한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전한다.
세계에는 전쟁이나 기아,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야 하는 난민이 2000만 명이 넘는다.
'노란 샌들 한 짝'은 다른 세계, 다른 환경에 처한 또래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도록 이끌어 아이들의 생각의 지평을 넓힌다.
△ 기발한 지식책 / 리처드 혼, 트레이시 터너 글 / 웅진주니어(웅진씽크빅) / 1만원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냄새는 발 냄새일까 방귀 냄새일까.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치타일까 독수리일까.
1분은 왜 100초도 아니고 60초 일까.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새롭고 신선한 지적 자극이 된다.
지식은 억지로 읽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익히게 만드는 것.
이 책은 읽으면서 동시에 직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설명하고, 질문과 관련된 실험과 체험을 통해 호기심을 살아있는 지식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북쪽을 어떻게 찾을까.
이 책은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는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나침반이 없을 경우 별과 태양을 이용하는 방법, 시침이 있는 시계를 이용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여 호기심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평상시 독자들이 궁금하다고 생각했거나 기발하다고 느꼈을 질문을 책 뒷면에 있는 엽서를 통해 편집부에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선택된 질문은 후속권의 자료로 사용돼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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