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혀(TONGUE)
조경란지음 / 포도원 펴냄 / 1만1000원
“다 읽고 나면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조경란씨의 새 장편소설. 1996년 데뷔 후 2∼3년에 한 권꼴로 장편소설을 선보여온 부지런한 그였으니, 6년만에 나온 이번 장편은 독자를 꽤 오래 기다리게 한 셈이다.
여느 소설들과는 다르게 사랑이 끝나는 시점부터 진행되는 이 책은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일곱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시간과 계절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개된다. 겨울에서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하여 계절이 흘러가며 주방에는 철에 따른 음식재료들이 차례로 들어오고 실내의 온도 상승과 더불어 인물들의 심리적 열기가 서서히 여름을 향하여 가열되도록 짜여 있다. 따뜻한 밥 냄새에 따라오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독특한 허브향의 이탈리안 요리에 뒤따라오는 첫사랑의 추억 같은 일상적인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며, 다채로운 음식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사랑, 욕망, 거짓을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책.
△ 마테오 팔코네
프로스페르 메리메지음, 정장진 엮음 / 두레 펴냄 / 8900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단편 모음집이다. ‘낭만주의적 고전주의자’라고 불릴 만큼 낭만적인 주제에 고전적인 간결한 언어와 빼어난 구성을 더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남긴 저자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원작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그의 작품들 중 대표적인 단편이 수록돼 있다.
표제작 ‘마테오 팔코네’는 그의 첫 번째 성공작으로, 사나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리를 저버린 어린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비정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타망고’는 당시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던 노예무역의 잔혹한 실상을 묘사한 작품으로, 노예 상인과 노예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 객관적 시선으로 현실을 묘사한 사실주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르의 비너스’는 프랑스 남쪽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인 일르에서 검은 비너스 동상을 둘러싸고 일어난 기괴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비너스 조각상이 알퐁스를 죽였는지의 여부를 각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독특한 결론을 선보인 환상소설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