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희(현대차 전주공장 지원실장)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4개나 되는 토종 자동차회사들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10여 년이 흘렀을뿐인 지금 우리나라에는 현대와 기아 두 토종 자동차회사들만이 남아 있다. IMF를 겪으며 대우는 다국적 공룡기업인 GM과 인도 타타에 흡수 당했고, 쌍용은 중국상하이기차그룹에 인수됐다.
이웃 나라이자 우리와는 피할 수 없는 경쟁 상대인 일본과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 및 미국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한 때 잘 나가는 자동차회사였던 일본의 닛산과 마쯔다, ‘영국의 자존심’이라고까지 불렸던 재규어 등이 모두 외국 기업들에 인수 당하는 쓰라림을 감수해야만 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공룡기업들로 인해 시장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그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자 마쯔다 등은 결국 인수합병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움직임에 일찌감치 주목했고, 자동차 부문 글로벌 TOP-5를 부르짖으며 과감하게 경쟁에 뛰어 들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공룡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자칫 고사 당할 수도 있었기에 그것은 성장 발전 차원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그로부터 10년 여가 지난 지금, 현대는 세계 7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글로벌 메이커가 되었다. 현대가 내놓은 그랜저와 쏘나타, 싼타페 등은 미국의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 JD파워 등에 의해 연이어 최고의 자동차라고 소개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내 중대형 상용차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전주공장이 최근 몇 년 사이 이 부문 글로벌 TOP-5를 선언하며 생산량 배가에 나선 것도 궤를 함께 하는 것이다. 이에 힘 입어 2007년에는 사상 최대인 5만8천 대를 생산해 내는 쾌거를 달성했고, 2012년에는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이 같은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성장통이 예상되는데, 전주공장이 그것을 얼마나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사람 한 명이 자라는 데도 만만치 않은 성장통을 겪게 마련인데,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회사 하나가 성장하는 데 따른 성장통이라면 그 진통이 필경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것도 아닌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한 때 세계 최고의 회사로 군림했던 GM과 포드 같은 회사들마저 한 때의 방심으로 속절없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게 바로 요즘 세계 자동차시장 흐름이다. 하물며 그만한 위치에 미치지도 못하면서 현재 위치에 안주하려 한다거나,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 한대서야 어디 될 말인가.
눈 앞의 작은 성과에 취해 좀 더 멀리 앞을 내다 보지 못함으로써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생산량 증대를 통해 글로벌 TOP-5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전주공장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키워 나가야만 한다.
국내외 시장 환경을 돌아볼 때 2008년 무자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전개해 나가야만 하는 혹독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우리 모두 한 번쯤 곱씹어 볼 때다.
△장동희 실장(이사급·55)은 울진종합고와 영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차 상용엔진부 부서장, 전주공장 생산실장을 역임했다.
/장동희(현대차 전주공장 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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