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동안 한곳서 이발소·50년째 서울서 대장간...오롯이 한가지 일 '빛나는 삶'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다.
80년이 다 되도록 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3대째 이발소를 하고 있는 사람, 서울 한복판에서 50년째 대장간을 하는 사람, 평생을 기다란 집게를 가지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사람, 대학을 나오고도 아버지 따라 팔도를 돌아다니며 엿을 파는 사람,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하나 뿐인 팔로 구두를 만들고 있는 사람…. 우리는 그들을 ‘고집쟁이’라고 부른다.
변화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 때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으로, 때로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일에 매달려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은 이미 그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자신을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않는 이들. 그들은 ‘한 자리에서 태어나 싹이 틔우고 열매를 맺고 또 새로운 싹을 틔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의 고집쟁이」(나무생각)는 주류이기를 거부하고 자기 길을 고집해서 살고 있는 고집쟁이 23명에 대한 기록이다.
‘어느 날 가게가 문을 닫을 정도로 곤궁해졌을 때, 단골손님들이 찾아와 십시일반으로 모은 3000만원짜리 통장을 내밀었다고 했다. “당신 없으면 우리가 걷지를 못하니, 당신은 꼭 돈을 벌어라”하며 막무가내로 통장을 내밀더라고 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구두를 만드는 남궁정부’ 중에서)
‘손님 없는 날이 더 많았다. “그 해 추석날 하루 집에서 쉬는데, 누가 문을 두드려요. 열어봤더니 학생 때 감상실에 오다가 외지로 나간 사람들이었어요. 추석이라고 고향에 돌아와서 하이마트를 찾아왔는데, 문을 닫으면 어떡하냐는 거예요.” 그날 이후 김순희는 외국은커녕 대구 바깥으로도 나가본 적이 없다.’ (‘고전음악감상실 하이마트 김순희’ 중에서)
하나같이 똥고집쟁이에 돈벌이와 거리가 먼 일들에 매달려온 사람들인데. 그 옛날이면 잡놈이라는 부류로 취급되는 무슨 쟁이, 무슨 쟁이들인데. 주류의 기준에서 보면 실패한 인생들 아닌가.
그러나 세상의 기준은 많이 바뀌었다. 고단한 시대에 이들이 감내하고 만들어낸 삶은 따뜻한 감동을 준다. 오히려 책을 읽다보면 그들을 고집쟁이로 만든 것은 세파에 흔들릴 때마다 그들을 지켜주던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는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 여행기사를 쓰며 세상을 돌아다니다 사진을 배웠고, ‘박종인의 인물기행’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는 “저들이 몇 십 년씩 몸으로 만들어 놓은 지혜와 지식을 불과 몇 시간, 며칠의 만남을 통해 순식간에 도둑질할 수 있었으니, 이런 행복한 도둑질이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말한다.
인물기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삶만큼이나 고귀한 자연을 담은 사진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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