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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선거판에 희망을 주는 사람들 - 유혜숙

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정책은 없고 후보만 있는 정당들에 우리 도민들은 또 표를 주어야 하는가? 선거 때만 되면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었다. 정권교체 열망 혹은 탄핵역풍 등 국가적 운명 앞에서 다른 선택이란 없었다.

 

매번 "이번엔 좀 달라지려나" 했는데 유권자는 아무래도 정치인보다 한 수 아래였다. 이래저래 겪어 보았음에도 결국 때가 되면 눈 딱 감고 정치인의 수에 말려들어 갔다. 이번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행태들이 한 예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운하 공약을 뺏다. 검증 없이 공약으로 내놓더니 반대여론이 높으니까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다. 명색이 공약인데 호떡 뒤집듯 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총선 공약에서만 제외했지, 총선 후 다시 대운하 건설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를 막아야 할 야당은 정책을 놓고 토론하기 보다는 후보공천에 시간을 다 쏟아 버렸으니 이제 남은 것은 사후인증식 투표뿐이다.

 

통합민주당은 또 어떠했나. 통합민주당 공천 심사위원들의 맹활약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연 그들이 정당정치의 기본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경선에 의한 상향식 공천과정이 종이당원이나 당비대납 등 문제점이 발견되었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하향식공천으로 바꿀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수년간 당비를 내왔던 당원들과 정당 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의 권리를 공천심사위원들이 일순간에 독차지해버린 기현상을 그 누구하나 꼬집지 않는다.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면 50년 전통의 정당임을 강조하는 민주당에 당원은 없고 당 대표와 국회의원 후보자만 있는 초미니 정당으로 보인다.

 

내가 속한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진성회원이 650여 명이다. 이들이 매월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내고 있다. 회원 회비가 연간 1억원에 이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북에서 과연 이런 정도의 안정된 정당운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정책이 사라진 선거 판에 '전북 9대 환경정책'을 제안,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 망국의 한반도대운하 저지, 사상 최악의 서해안 기름유출 대책마련 및 시민봉사활동 조직화 등 다양한 활동 중에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당에서 고민하지 않고 있는 '정책'을 고민해왔던 것이다. 전북참여연대, 전북민주언론연합, 여성단체연합 등의 시민단체도 각각의 분야에서 고민해 온 정책들을 함께 제안하고 있으니 선거가 코앞인데도 대책 없이 정책을 분실한 선거 판에 이는 작은 희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시민단체는 정당보다 더 민의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일부 시민단체가 정치권력에 편승 눈살 찌푸리게 했던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올곧게 시민 편에서 정부의 오만을 감시하며 정책을 제안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시민단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시민단체들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자. 나아가 스스로 회원이 되어주자.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갈 아름다운 초록환경을 지키는 일과 깨끗한 정치 환경으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두 수레바퀴를 시민의 힘으로 굴려보자.

 

내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고 한다. 정책이 사라진 선거라는 걱정을 다음 선거부터는 하지 않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해줄 시민단체들을 시민들이 적극 후원하고 키워가는 것, 그것은 어쩌면 가장 먼 길 갖지만, 우리 정치와 정당을 바로 세우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정당과 정치가 바로 선다면 그때 우리 서민의 삶도 나아질 터이다.

 

/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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