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예전 일본 살 적에 유기낙농을 하는 유한회사를 조사한 적이 있다. 1962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농민기업으로서 창업자의 명함에는 본인 직책이 백성(ye)이라 소개되어 있었다. 배달 차량에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 젖'이라고 홍보되고 있었다. 1970년대부터 산에 젖소를 방목하고, 도시민과 직거래를 시작하며, 다양한 유가공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조사하면서 가장 놀란 사실중의 하나는 유기축산에 처음 눈뜬 계기였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화학농법이 정착되어 제초제가 하늘의 선물이라고까지 칭송받던 시절이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유기축산이 일찍부터 시작된 계기는 창업자들의 뛰어난 관찰력과 정직함에 있었다.
당시는 축산을 시작하고 10년 가까이 흐른 시점이었는데 젖소의 눈동자에 핏기가 돌고 젖이 잘 나오지 않고 임신장애도 자주 일어났다 한다.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 분석한 결과, 매일 먹이로 주는 풀이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살충제가 살포된 풀이 소의 먹이가 되고 체내에 축적되면서 호르몬 분비에 교란이 생긴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상식같은 것이지만 당시만 해도 먹이사슬의 피라미드 구조를 간파해낸 놀라운 관찰력이라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 여사가 DDT 남용 문제를 고발하였던 '침묵의 봄'이란 책이 출판되었던 시기도 이즈음이었다.
사실 예전 농민은 농업을 통해 자연의 오묘한 먹이사슬 구조를 생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예년과 다른 변화에는 아주 민감하고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혜가 발휘되었다. 또 정직한 농민이라면 자신이 먹을 수 없는 농산물은 생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한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매일같이 급변하는 시대 탓인지, 그래서 자신이 사는 마을에 애착이 없어서 그런지 주변 자연에 너무 둔감하다.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남 탓하기 일쑤다. 잘 사는 동네, 행복한 사회는 외부의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살고 있는 주민 당사자의 관찰력과 애정이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음력 삼월 삼짓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 먹는다는 날이다. 그런데 그 흔하던 제비가 이제 농촌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다. 서울 강남이 살기 좋아 주저앉았다는 우스개도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화학농법 탓에 제비 먹이가 되는 곤충이 줄어들고 지붕개량으로 집 지을 처마가 없어진 탓이 크다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관찰 자료는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일본 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중심으로 제비 관찰을 전국적으로 실시해왔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적어도 1971년부터 조사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제비관찰전국네트워크(http://www.tsubame-map.jp/)라는 단체도 있고 지역별로도 소규모 주민모임이 있으며 제비 관찰 결과가 인터넷에 많이 공개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상청에서는 '생물계절관측'이란 것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제비를 처음 본 날 이외에도 매화와 벚꽃, 단풍과 은행나무, 지빠귀와 매미, 반딧불이 등이 조사된다. 결과는 장마전선이나 벚꽃 개화 전선처럼 지도 위에 표시되어 발표된다. 이런 조사 자체가 체계적이란 점도 놀랍지만 전국의 초등학교와 민간단체 등의 자원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더더욱 배울만한 점이다.
내일은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짓날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을 생각하면 이미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제비가 많이 돌아오는 지역일수록 생태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비 관찰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그냥 느낌으로만 '제비 보기 힘들다'고 말할 뿐이다.
지역 단위로 제비 관찰 프로젝트를 추진해보길 제안한다. 이미 진안군 도농교류센터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 아이들 자연관찰 교육을 생각하면 전북도의 초등학교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시범삼아 해보면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