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용(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며칠 전 '2008 군산방문의 해' 행사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군산시장은 물론이고 도지사, 교육감, 지역의 국회의원과 정치인, 시민들이 대거 참석하여 "33Km의 기적 새만금의 도시 군산으로 오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열띤 발대식을 전개했다. 새만금은 군산과 전북의 신성장 동력이 분명하다. 그러나 새만금이 군산과 전북의 진정한 성장 동력이 되게 하려면 정부의 투자, 제 2의 두바이처럼 훌륭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이웃에 있는 '금산군'에게서 배워야할 매우 특별한 것이 있어 소개한다.
대둔산을 전북과 함께 끼고 있는 금산은 한 때 전북의 소속 군이었으며 지금은 충청남도 소재가 되었다. 금산군도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인구가 줄어들었던 도시였다. 그러나 금산군은 고향으로 내려와 사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다시 인구가 늘고 있다. 1995년 7만 명의 도시에서 2001년 6만 명까지 인구가 줄어들다가 2003부터 점차 다시 인구가 늘기 시작하여 현재는 7만 명을 훨씬 넘기고 있다. 금산군의 인삼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고 살고 싶은 마을로 바뀌게 된 중요한 계기는 '금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한 목 했기 때문이다. 금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금사모)'에는 금산 사람이 없다. 회원 모두가 비(非) 금산출신이다.
'금사모'에는 회칙, 회비, 가입 절차가 없다. 회장이라고 알려진 전용수(全鎔秀) 교수 역시 한사코 자신은 회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회원이 몇 명인지조차 아무도 모르며 400∼500명 정도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금사모는 비밀결사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금사모는 '밖'에서 금산을 지키는 든든한 외지인들의 모임이다. 식목일에는 느티나무나 무궁화나무 등을 심어 자연 경관을 가꾸는 데 일조하고, 인삼축제 등 지역 축제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해 흥을 돋운다. 보육시설인 '향림원' 등 지역복지시설에 돈을 기부하며 지역공동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역할은 금산의 보존과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추진하는 데 힘을 보탠다는 점이다. 단 한 가지 조건은 금산 출신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금사모는 순수한 '외지인'의 모임이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금산군청과의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금사모의 노력 덕분에 금산은 '농촌 경제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금산군은 외지인들과 지역 토착민들의 절묘한 하모니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글로벌 마인드라 생각한다. "군산에 가면 K고, 전주에 가면 J고, 익산에 가면 N고등학교 출신 아니면 안 된다."는 배척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지역에서 이뤄지는 많은 축제는 일순간 돈만 벌면 된다는 바가지 상흔이 남아 있는 한, 다시 찾는 전북은 없을 것이다. 필자의 고향은 전북이 아니다. 전북에 산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고향사람이 아니라고 가끔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단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에 와서 정착한 많은 타향 사람들이 그렇다. 세계의 명품 도시 새만금을 만들려면 세계인을 맞을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신적인 준비다. 세계인의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오버마 민주당 후보를 보면서 그 사람의 훌륭함 보다 아프리카 출신인 그를 대통령 후보로 선택할 수 있는 미국의 국민을 둔 그가 부러웠다. '2008 군산방문의 해'가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인 명품 새만금을 만들 수 있는 군산시민들의 정신과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동용(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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