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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참을 수 없는 국가정책의 가벼움 - 유혜숙

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광우병 위험 쇠고기 문제로 국민의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 출범 석 달도 안 되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불행한 사태다.

 

미국에서 시판중인 쇠고기 95%가 20개 월령 이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무슨 배짱과 용기로 30개 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했는지 국민은 이해할 수도 없고 실은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사과를 했다.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냥 송구하기만 한 모양이다. 결과는 변함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으로 정치 코미디 1번지가 청와대임을 과시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담화 전에는 청문회 한 번으로 광우병 논란이 괴담이었다고 억지를 쓰더니 이제는 대통령이 사과했으니 그만 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참으로 속편하고 간단한 문제해결 방법이다. (대통령은 참 좋겠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국민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답답함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통뼈가 발견되어 광우병 위험이 있다며 해당 쇠고기를 반품했다. 그런데 이번 협상으로 반품하기 위해 부산항에 대기 중이던 그 쇠고기 5천3백 톤이 곧 시중에 나온다고 한다. 불과 몇 달 전에는 광우병 위험이 있다며 반품했던 쇠고기를 이제는 안심하고 먹으라고 한다. 그것도 질 좋고 싼 쇠고기라며 국민에게 걱정할 일이 없다고 하고 있다.

 

사실, 이쯤이면 정신 착란이나 자해에 가까운 행위다. 문제는 그것이 한 개인의 정신상태가 아니라 국가 정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충분히 홍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하니, 국민의 심란함은 한 여름 눈발이 날리는 상황처럼 어이가 없다.

 

한 국가의 정책이 이처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물론이고 국가적 자존심까지 상실하게 만들고 있으니 국민의 답답함과 걱정은 클 수밖에 없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이들 쇠고기는 억울하게도 우리 아이들과 군인 등 집단 급식소에 공급된다. 정부는 마치 원산지 표시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양 이야기 하지만, 정부 스스로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쇠고기는 화장품에도 들어가고, 생리대에도 쓰인다고 한다. 아이들이 먹는 젤리 등 과자에도 들어간다.

 

이제 우리는 이런 쇠고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올까. 한우도 안심할 수 없어 쇠고기 소비는 줄 것이고, 이는 한우 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한우 시장의 붕괴는 다른 축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사과 값이 떨어지면 배 가격도 떨어지는 현상과 같다.

 

쇠고기 김밥은 물론이고 각종 음식물에서 쇠고기 포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인간 광우병은 약간의 쇠고기 및 쇠고기가 포함된 식품 섭취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매일 도시락을 챙겨주어야 할지 모른다. 군대간 아들에게는 쇠고기가 나온 날은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렇게 끔직한 현실에서 그래도 희망은 촛불을 들어 거리를 가득 메운 학생과 주부, 시민들이다. 국민의 여론이야 시간이 가면 변하지만, 한 번 얻어진 상처나 불신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고 변동하는 여론만을 믿고 시간이 가면 적당히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결국 정권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연출할지 모른다. 재협상만이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한다.

 

/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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