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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지역발전을 위한 기본원칙 - 구자인

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상향식의 지역발전 전략. 이것을 흔히 내발적 발전론이라 한다. 살고 있는 주민이 지역 내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직접 추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지역주민이 주인공이 된 지역발전 방식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 점은 전 세계에 걸친 다양한 사례 연구에서 나타난 결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실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 모른다. 지역사회의 기초체질이 그만큼 허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20세기 1백년간 역사를 거슬러 되새겨 보면 더욱 명확하다. 지난 역사에서 지역사회 내부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은 중앙으로부터 항상 강력한 탄압을 받았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이라는 것이, 분단 독재시대에는 빨갱이라는 것이 탄압의 이유였다.

 

또 70, 80년대의 압축적 도시화는 풀뿌리 농촌공동체를 철저하게 파괴하였고 도시의 강력한 인구 이동은 새로운 이웃사회 형성 자체를 막았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며 때로는 부정부패를 상호 묵인하는 관행이 지역사회에 만연하였다. 우리는 옳은 일에도 "나서면 다친다"는 부모님 말씀이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런 20세기를 거쳐 현재의 지역사회가 존재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민주화 시대가 되었다 해도 지역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내발적 발전 전략이 '쉽지 않은 길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지역발전의 전략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될 원칙은 있다고 본다. 현장 경험을 통해 다음 네 가지 기본원칙을 제안해본다.

 

먼저, 풀뿌리 마을 기반을 강화하려는 관점이 중요하다. 지역리더를 발굴하고 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지원해야 한다. 또 협동조합의 본래 정신을 회복하고 마을 단위의 공동활동을 체계화해야 한다. 학습과 토론, 합의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이다. 요즘 유행하는 마을만들기 활동은 이러한 상식을 복원하는 훈련이다. 기초 체질의 개선 없이는 결코 먼 길을 갈 수 없는 법이다.

 

둘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 성과, 그것도 가시적 성과에만 주목하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학습과 토론 과정을 거듭하며 5년, 10년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는 작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있으므로 단기간에 결코 풀릴 수 없다. 내발적 발전론도 중장기 시간 변수를 고려하여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지역 현실이다.

 

셋째, 모든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성공 기준은 인재 육성과 협력 시스템 구축에 맞추어야 한다. 지역내 풀뿌리 인재를 육성하면 그 사람이 다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또 주민과 행정, 전문가, 시민단체 사이의 신뢰감을 회복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지역의 중장기 성장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고통과 상처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코 생략되어서도 안될 훈련 과정이다.

 

넷째, 지역마다의 고유한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유성은 지역 내부에 주목할수록 부각되고 정체성은 공감대의 폭이 넓을수록 강해진다. 지역의 특화전략이란 이처럼 강화된 고유성과 정체성 위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지역사회의 대부분을 축소, 생략하고 한두 가지로 집중하는 것이 특화전략이라 주장하는 것은 명확하게 잘못이다. 특히 농촌에서 품목별 특화는 매우 위험한 농업 전략이다. 다양성을 보장하는 전략이야말로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특화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는 지름길이 된다.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지역발전의 전략은 위의 네 가지 기본원칙을 충실히 동시 실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구조에 대한 잘못된 이해, 기본을 무시하는 접근방식 때문에 많은 지역에서 시행착오가 거듭되고 있다. 학습과 토론이 생략되고 중앙이 혹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정답을 제시하려는 오류가 범람하고 있다. 단편적 아이디어 몇 가지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거짓말이 너무 쉽게 통용된다.

 

결국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을 중시하고 풀뿌리 기반을 강조하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또 토론과 합의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 다른 길은 없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강조하는 방법론도 주민참가를 촉진하는 전략선상에서만 유효하다. 고통스런 과정을 생략하고 성공하려 한다면 그것은 도박에 불과하다. '더디지만 제대로 가는 길'을 걸어가야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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