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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흘러간 물이 돌리는 물레방아 - 김정수

김정수(극작가·전주대 교수)

연극은 한마디로 갈등의 예술이다. 인간의 삶의 단면을 그려냄으로써 사유와 쾌락을 제공하는 이 종합예술의 얼개는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만큼 우리 사는 세상에 널려있는 것이 갈등이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갈등의 기본 구조는 생각이 다른 두 힘의 충돌이다. 흔히 드라마에서는 이 두 힘 중 하나에 정의를 부여함으로써 극적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현대 드라마일수록 이 갈등구조가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정의를 일방적으로 부여하기보다는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이 정의일까 사유케 하기도 하고, 해결 불가능한 지경으로 갈등이 난마처럼 얽힌 극이 보는 재미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극은 극이다. 한순간 '뻥'하며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관객은 안도와 더불어 깊은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두 달간 한국 사회에 굵직한 갈등이 가로 놓여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이다. 이 갈등을 해소할 드라마틱한 결말은 무엇일까. 아마 6.29선언과 같은 대반전일 것이다. 민의의 승리, 다수의 승리의 모습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극한 대립을 촉발했던 갈등적 요소의 해소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갈등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말로만 잘못했으니 이제 그만하자고 했을 뿐, 근본적이 갈등 요소를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갈등이 부추기는 세력에 의해 갈등의 양상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아무도 반미구호를 외치지 않았어도 정부와 여당은 전력이나 사상을 문제 삼아 촛불시위를 반미로 규정해가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예견되었다. 촛불시위가 반미로 변질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하는 내심에는 반미로 몰고 싶다는 조바심마저 엿보였다. 서글픈 세상이다, 미국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반미운동가인가? 김정일의 사주를 받지 않으면 반미사상을 가질 수 없을 만큼 머리속이 비었다 생각하는 것인가?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스스로를 보수라 일컬으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는 우리나라의 광적 사이비 보수논객들 중 진정한 보수는 찾아볼 길이 없다. 세계 보수들의 공통적 특징인 수구적 민족정신조차 없다. 오로지 친일, 친미의 기치만이 요란하며 반공의 피울음만 가득할 뿐이다. 그들은 갈등을 먹고 산다. 사회적 갈등 해소를 고민하기보다 그 갈등을 어찌 자신의 기회로 활용할까 고민한다. 낡은 이데올로기의 자를 꺼내들고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은 그들에게 생명의 은인이다.

 

이들이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미국이 요즘 북한에 다가가고 있다. 테러리즘 지원국 명단에서 빼주면서 무기 수출 가능성까지 열고 있다. 이제 어쩔 건가? 가스통이라도 짊어지고 미국에 뛰어들 건가? 하긴 어떤 조건에서도 생존 본능이 뛰어난 이들의 특질로 봐서 또 다른 우기기를 생각해낼 것이다. 언제 우리의 사이비 보수가 논리적인 적이 있었던가. 대기업을 사랑하는 이유도 다 그 힘을 신봉하기 때문이 아닌가.

 

극작가 함세덕의 희곡 '고목'은 해방직후 남한사회의 복잡한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작품 내 기득권 세력은 친일, 친미, 반민족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작품이 보여준 60년 전 이 땅의 갈등이 세기가 바뀐 지금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되고 있음은 참으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정수(극작가·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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