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 고향 못갔는데...휴가요청 문서
매미떼 울음소리가 매일매일 커지는 요즘은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떠난다. 일 년 어느 달이나 휴가를 낼 수 있을 텐데, 우리들의 휴가는 유난히 여름철에 몰려 있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주일제'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실시되었기에, 조선시대에는 '일요일'이라는 휴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휴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음력으로 매달 1, 8, 15, 23일은 쉬었고, 입춘?경칩?청명?입하 등 절기에도 쉬었다. 태양력으로 계산하는 절기와 음력 휴일이 겹치면 '연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연초에 관상감(觀象監)에서 달력이 나오면 연휴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왕과 왕비, 왕의 어머니 등의 생일이나 왕과 왕비들이 사망한 국기일(國忌日)에도 근무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런 날도 휴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정해진 휴일 말고 '휴가도 갔다'. 오늘 살펴보려는 문서는 바로 휴가를 요청하는 정사(呈辭)이다. 오늘 문서의 주인공 김용우(金容遇)는 황산도(黃山道) 찰방(察訪)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기묘년(己卯年) 8월에 고향 방문을 위한 휴가를 도순찰사(都巡察使)에게 요청하였다.
이 문서만으로는 김용우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상도 양산(梁山)의 역참(驛站)에서 근무하던 김용우는 아마도 추석 때에 고향에 가지 못하고 쓸쓸히 보냈을 것이다. 당시 설날에는 7일 정도 쉬었지만 추석 때는 하루 밖에 쉬지 않았다. 추석이 지난 어느 날, 김용우는 역참의 책임자로서의 책무가 막중하고 개인적인 사정은 가벼운 것이기는 하지만, 공무도 다소 한가해졌고 고향에 다녀오는 일도 그만둘 수 없는 일이므로 잠시 휴가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경국대전』의 '급가(給暇)' 조항에는 친부모 상사 때 3년상 치르기 위해 3년간 휴직하도록 했고, 장인, 장모, 아내 상사 때는 15일간 휴가를 주도록 했다. 이외에 부모님을 뵈러 가거나, 조상의 묘를 살피러 갈 때도 휴가를 낼 수 있었다. 부모의 병환 때도 휴가를 주었는데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벼슬살이 하는 경우에는 70일까지 휴가를 주기도 했다.
휴가를 요청했던 김용우는 도순찰사로부터 8월 28일자로 '許由向事', 곧 허락한다는 처분을 받았다. 휴가를 허락받은 그 날로 김용우는 행장(行裝)을 꾸리고 고향을 향해 출발하였을 것이다. 그의 휴가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자리이지 않았을까? '휴가'라는 것이 여유를 통해 새로운 활기를 얻는 것이라면 꼭 새롭고 낯선 곳이 아닌 '고향'같은 익숙하기에 마음 편한 곳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이선아 한국고전문화연구원 상임연구원)
사진설명 : 김용우의 휴가 요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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