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윤미나 옮김(21세기북스)
"우리는 멋진 소제목을 찾기 위하여 웹상에 공개 토론방을 마련한 적이 있다. 매일 수십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이 책의 서두에 이러한 구절이 쓰여 있다. 책을 출판하기 위해 과연 독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할까? 대부분 사람들이 효율성의 측면에서 그리 긍정적으로 답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뀔 것이다. 최근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많은 구호들이 난무하고 있다. '소비자는 왕', '고객만족시대', '수요자 중심 대학' 등등 이런 구호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패러다임을 바꾸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업, 관공서, 학교 할 것 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있다. 프로슈머는 단순히 수동적인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제품 개발 및 유통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생산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프로슈머의 출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정보화 사회에서나 가능하다. 저자들은 정보화 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지만 이 중에서 개방성과 공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변화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고객의 요구도 점점 진화하기 때문에 기업이 이제는 내부 능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외부에 공개하여 소비자를 생산에 참여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개방과 공유를 통해 성공한 '골드코프'나 '레고'와 같은 기업들은 좋은 사례가 된다. 해킹을 신경 쓰는 상황에서 기밀을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가 소수나 특정계층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자산이다. 이런 정보화 사회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하게 된다면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가 브리태니커를, 구글 맵이 맵 퀘스트를, 블로거가 CNN을 추월하게 된 사건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특성은 미디어에서도 나타나는데 소수의 편집자에 의해 지면이 배치되지 않고 독자의 흥미를 반영한 신문도 출현하였다. 온라인 신문사인 딕(digg)은 독자들의 클릭 정도에 따라 지면의 배치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독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제작자인 편집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들은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인 대규모 경제 시스템과 생산에 참여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캐나다에서 '뉴 패러다임'이라는 전략컨설팅 회사의 주요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홍성하(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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