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미(전북대 교수)
한석규, 차승원이 주연한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모처럼 재미있게 봤다. 감정이입이 너무나 투철해서 평소 슬프고 무서운 스토리를 기피하는 나로서 해피엔딩이었던 이번 영화는 제법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나 싶다. 이유야 어찌됐든 죄를 진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지 않고 잘 먹고 잘산다는 것에 대해 법치국가 국민으로서 과연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인지...일지매, 홍길동 등이 의적이란 이름으로 지나치게 과대평가 된 탓일까 아님 공평하지 못하게 보여지는 이 시대에 화가 나있는 것일까...
형사역을 맡은 한석규 대사 중에 모든 사람들은 하루에 적어도 30번은 CCTV에 노출된다는 내용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 지하주차장 등에 알게 모르게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들...별로 유쾌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화를 낼 수 만도 없는 상황이다. 추리소설작가나 상상해 낼 수 있을듯한 온갖 범죄들로 흉흉한 이때에, 내 가족과 내가 희생 될 수 있는 현실에서 그러한 장비들은 톡톡히 제 몫을 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형사 한석규는 기차역 CCTV를 통해 범인 차승원의 단서를 찾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납치라도 되었을 때 사람들이 CCTV를 통하여 나를 구해준다면...이 얼마나 고마운 도구인가. 그렇다면 CCTV도 이젠 필요악으로 보편화 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CCTV가 본래의 목적 외에 사용되는 일이 없으리라는 믿음만 확고하다면 이 장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줄어들 듯싶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이 인권을 올바로 인식한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다. 누구는 10개를 가지고 누구는 한 개도 못 가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인간으로서 한 개의 고유한 인권을 가진다.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 사람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또 그 사람은 자신의 인권을 존중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진리만 모든 사람이 알고 실천한다면 CCTV 아니라 그 어떤 도구도 악용될 여지는 없을 것이다.
요즘 가끔 갑갑함을 느낀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의 여러 곳에서 내 목을 죄어 오는 듯한 느낌. 의사결정권자들이 자신들의 신념하에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구성원들은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일까? 무슨 근거로 그런 일들을 벌이는 것일까? 대표자들의 판단은 항상 절대적으로 옳은가? 그것이 가능할까? 설령 가능하다 해도 구성원들의 의사는 무시되어도 되는 것일까? 절대 옳지 못한 일이다. 대표자도 구성원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즉 대표자도 구성원도 각각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동일한 인권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권자는 단지 그러한 기본적 권리를 잘 지켜달라고 힘을 모아준 존재에 불과하다. 물론 전체 의견을 모두 고려하는 의사결정과정은 복잡해 질것이다. 각각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들이 부딪쳐 싸워야 할테니깐… 시간적 경제적 비용손실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세상인걸 어찌하랴..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세상에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 것을…..다만 안타까운 것은 모두 제 위치에서 당연히 고려해야 할 것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미(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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