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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리차드 파인만 지음·김희봉 옮김(사이언스북스)

밤하늘을 바라보며 "커서 무엇이 될까" 고민하던 필자는 어찌어찌 공대에 진학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과학자로서의 비전을 갖지 못한 채, 가지 못 한 길에 대한 미련 속에 방황하고 있었다. 그 무렵 우연히 접한 책들이 '프리만 다이슨'의『Disturbing the Universe(1979)』와『Weapons and Hope(1984)』, '리차드 파인만'의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1985)』,『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1988)』등이다. 그들은 천재 과학자로서 과학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들의 삶 또한 대단히 멎진 것이어서, 모든 게 노력하기 나름이라는 확신이 들어 그들의 삶을 내 삶의 푯대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서는 지난 2000년,『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두 권짜리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의 가장 잘 알려진 천재 물리학자 파인만은 1918년 뉴욕 변두리 해변의 '파라커웨이'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후 코넬 대학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에서 교수로 일했는데, 1965년에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으로 슈윙거, 도모나가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상한 부모의 사랑 속에 자란 탓인지 그는 기상천외한 행동이나 톡톡 튀는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주위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다. 그런 성정 덕분에 파인만은 일생 동안 좋은 친구와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고교시절 일찍이 그의 천재성을 간파하고 미적분학을 독학하게 하는 등 특별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물리교사 '베이더', MIT의 '슬레이터' 교수, 프린스턴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휠러'도 '아인슈타인', '파울리', '폰 노이만' 등 석학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각별한 사랑을 베풀었다. 코넬에서는 '한스 베테'의 비호 속에 '프리만 다이슨'이라는 또 다른 천재를 만나 우정을 나눴다.

 

대부분의 천재 물리학자들이 30세 이전에 훌륭한 업적을 이룩하고 나서 더 이상 새로운 성과를 내지 못했던 데 비해 파인만은 달랐다. 대학원 시절인 20대에 양자전기역학을 정립했지만, 그의 열정과 천재성은 나이 들어서도 결코 시들지 않았다. 그의 천재성이 마지막으로 발휘되었던 것은 죽기 2년 전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을 규명하는 대통령 특별위원회에서였다. 병든 몸을 이끌고 위원회에 참여하여 번뜩이는 직관력으로 고체로켓 부스터의 밀폐재인 O링이 사고 원인이었음을 밝혀내었던 것이다.

 

책은 토플리스 바 출입, 로스 알라모스에서 핵폭탄 제조기술을 넣어둔 금고 털이, 누드화가, 드럼연주 등 그의 비행이나 기행에 대한 회상의 연속인데, 빼어난 과학자이면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무지를 한탄하며, 학자들의 현학성을 경멸하는 등 그의 훌륭한 인간됨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권의 책을 관통하고 있는 '파인만 정신'은, 개미의 행태를 규명하기 위해 몇날며칠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관찰하는 일화에서처럼 바로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지적호기심과 실험정신, 학문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라 생각된다.

 

그 것이야말로 우리 문명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 아닐까.

 

/신형식(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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