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시공주니어
3년동안 콘크리트 건물 안에 갇혀 있었던 아이들이 하나의 작은 마침표를 찍는 날.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가면서 문득 책 「꽃들에게 희망을」 (시공주니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애벌레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이 올라가니까 덩달아 따라 오르는 장면.
서로 꼭대기를 차지하려고 이리저리 뒤엉켜 높게 쌓아 올려진 모습이었다.
좋은 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애벌레들이 왜 생각났을까.
작가 트리나 폴러스씨가 쓴 이 책엔 줄무늬 애벌레, 노랑 애벌레 그리고 늙은 애벌레들이 등장한다.
애벌레가 갈등과 방황, 그리고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의 사랑으로, 노랑 애벌레는 지혜로운 늙은 애벌레의 도움으로 나비가 된다. 자신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와 절제를 통해 아름다운 노랑나비와 호랑나비로 거듭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그래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식의 끝맺음은 아니다.
어른이 된 노랑나비와 호랑나비는 하늘과 땅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달콤한 꿀을 마시며 꽃들에게 사랑의 씨를 전해주는 일을 한다. 또한 수많은 애벌레들이 고치의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는 길로 인도하는 리더의 역할도 한다. 최고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졸업식을 마치고 돌아와 오래전 아이에게 선물했던 책을 찾아봤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때 난 이 책을 선물했다. 실은 아이보다 엄마인 나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공부를 하는 목적은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해 다른 이들이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제도권 교육에 아이를 맡기면서 '의미 없는 치맛바람'에 흔들리기 보다, 아이가 그런 꿈을 갖고 살아가도록 도와야 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나름 그렇게 해왔다고 자부하기에 편안하다.
선선한 바람이 살랑대는 가을이 왔다. 온가족이 이 책을 통해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란도란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다.
/오정화(상담학 교육학 전문대학원 HIS University 전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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