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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보름달 보듯 옛 그림을 보다

오주석 '그림 속에 노닐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2, '단원 김홍도', '한국의 美 특강'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 (desk@jjan.kr)

얼마나 좋았으면 그렇게 말했을까?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번에는 이 말처럼 넉넉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마침 책의 저자도 달덩이처럼 생겼다. 이 좋은 추석을 맞아 아마 전주 경기전을 비롯한 이 동네, 저 동네에서 흥겨운 민속놀이가 펼쳐질 터이다. 그런데 풍속화하면 독자들께서는 누가 생각나시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신윤복과 김홍도가 떠오른다. 이번 소개하는 저자는 김홍도 전문가이다. 199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김홍도 탄신 250주년 기념전의 주역이다. 서당에서 회초리를 맞았는지 울고 있는 어린 아이, 그를 안쓰러운 듯이 보고 있는 서당 훈장님…. 씨름판의 그 역동성은 어떠한가? 곳곳에 잔재미가 숨어있는 단원의 그림세계는 참으로 정겹다.

 

원래 미적 감각이라고는 바닥을 기는 필자가 그나마 조금씩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학시절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에 드나들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간송(澗松)은 전형필(全鎣弼) 선생의 아호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청자상감천학매병(靑磁象嵌千鶴梅甁) 등 일제시대에 당신의 전 재산을 쏟아부어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바로 그 분이다. 현재 연구실장이신 최완수 선생께서 그 뜻을 이어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다.

 

신윤복의 '월하정인도' (desk@jjan.kr)

 

간송미술관은 마치 어렸을 때 시골집 뜰이나 뒤란을 생각나게 하는 정원과 닭, 토끼를 기르는 우리가 있다. 닭은 토종닭이다. 공작도 있는데, 모두 그림 공부를 하면서 실제로 관찰하기 위하여 기른다고 한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 간송미술관 수장품에 주로 기초한 연구이다. 물론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개인 소장자료도 이용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저자가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감식안을 키웠고 그곳 소장 자료를 많이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다채롭고 새겨들을만한 저자의 전통 미술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신윤복의 그림 하나를 예로 들어 저자의 내공과 자세를 들여다보자. 대상 그림은 '달 아래 남녀가 연애하는 그림'(월하정인도)'. 얼마 전 비슷한 그림이 시중에 나와, 그것도 신윤복의 그림이라고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아니었다.

 

이 그림에는 담장 너머로 달이 보인다. 그림에 나오는 달을 보고, 저자는 '초승달 지는 깊은 밤'이라고 묘사했다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는 것이 취미인 독자에게 혼이 난 얘기가 실려 있다. 즉, 초승달은 아침에 그림처럼 바가지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떠서, 누운 자세로 저녁에 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말한 '초승달'이 '깊은 밤에 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림은? 이건 새벽이다. 헤어지는 것이다. 뭘 했는지 모르지만 헤어지는 그림이다. 왜 신윤복은 새벽 초승달을 상정했을까? 만일 그림 속의 달이 발라당 누워 있으면 어디 헤어지는 애틋한 분위기가 나겠는가? 그건 그렇고, 필자도 달을 본지 참 오래 되었다. 반달은 되어야 밤 11경 진다고 한다. 휘영청 보름달을 만날 때까지 변하는 달 구경이 어떨까?

 

/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연구위원·본보 서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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