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에릭슨의 화요일의 두꺼비
나무구멍 밖으로는 눈이 흩날리고 올빼미와 두꺼비가 촛불을 사이에 두고 둥근 탁자에 마주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표지그림은 한없이 평화롭습니다.
주인공인 두꺼비 워턴은 청소를 잘하고 형인 모턴은 요리를 잘합니다. 워턴의 기나긴 모험은 형이 너무나도 맛있게 만든 딱정벌레 과자를 툴리아 고모에게 드리기 위한 여행에서 시작됩니다. 꼼꼼한 성격의 워턴은 추운 겨울날씨를 견디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굴속에서 눈부신 밖으로 나와 점심을 먹은 후 눈 속에 거꾸로 처박힌 사슴쥐를 구해주고 예쁜 빨간색 목도리를 선물 받습니다.
골짜기를 따라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스키를 타고 달리던 워턴은 그만 올빼미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올빼미가 사는 구멍 속은 어둡고 퀴퀴했고 커다란 달력에는 올빼미의 생일인 화요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발을 다친 워턴을 생일에 잡아먹겠다는 올빼미의 말에도 워턴은 겁내기는커녕 가져온 양초에 불을 밝히고 콧노래를 부르며 구석구석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차를 끓여 올빼미와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조지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주고요. 이야기에 빠져든 조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됩니다. 다음날도 청소를 마친 워턴 덕분에 조지의 집은 깔끔해지고 이제 조지는 차 마시는 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워턴은 조지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후 꿈벅꿈벅 눈을 꿈벅이며 스웨터를 풀어 탈출할 계획을 세우지만 조지에게 들키고 맙니다. 그 일로 서로 말없이 지내다가 빨간색 목도리를 보고 구해주러온 사슴쥐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백마리의 사슴쥐와 함께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워턴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환상적입니다. 하지만 저 멀리 사나운 여우에게 잡혀 몸부림치는 조지를 보았을 때 워턴은 용감하게 여우에게 스키봉을 겨누며 돌진합니다. 조지는 이제 워턴에 이어 사슴쥐까지도 친구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조지는 왜 여기와 있는 걸까요? 바로 워턴을 위해 노간주나무 열매를 구하기 위해서였지요. 그 열매로 만든 차를 워턴과 함께 자신의 생일에 마시기 위해서요. 더 이상 워턴을 잡아먹을 생각 같은 건 없어졌거든요. 조지는 그날 아침 워턴에게 쪽지를 남겼지만 탈출에 바쁜 워턴은 미처 그 쪽지를 읽지 못했거든요. 이제 서로를 진짜 친구로 인정한 둘은 툴리아 고모댁으로 향합니다. 물론 날아서요.
워턴은 여러 가지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를 겁내지 않는 모험심과 여행준비물을 챙길 때의 꼼꼼함, 조지에게 잡혔을 때도 청소를 하고 차를 끓이는 성실함과 친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입니다. 또 스웨터를 풀어 탈출시도를 하는 부분에서는 좌절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워턴이 조지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는 김춘수님의 시 '꽃'이 생각납니다. 이제 조지는 워턴에게 의미 있는 친구가 된 것입니다. 워턴은 친구도 없이 어둡고 퀴퀴한 나무구멍에서 살고 있던 한 마리 올빼미에게
"하지만 만약 친구를 사귄다면……바로 너……. 너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어."
라는 고백을 하게 합니다. 이 책에서는 차 마시는 내용이 자주 나옵니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나 부모님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마음껏 자신을 보여주는 솔직하고 당당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이 그림동화를 읽은 후 다음단계인 긴 줄 글 책을 읽기 싫어한다는 부모님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정감 있는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이들을 신나는 책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김명희 전주시립도서관 아동독서회 지도강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