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당신에겐 책임이 없는가…풍성한 시각자료, 슬라이드 강연 보는듯
지난 달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열고 '5+2 광역경제권역별 특화발전비전'을 발표했는데, 호남권을 '21세기 문화예술과 친환경 녹색산업의 창조지역'으로 선포하고 핵심 선도산업으로 광산업과 신·재생에너지산업을 배정했다. 이어, 총리가 주재한 '기후변화대책위원회'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산업에 2012년까지 5조원을 투입하는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기후변화는 무엇이고 신·재생에너지란 무엇일까. 우리도가 국가로부터 책임을 부여받은 이 에너지산업을 이 지역에 꽃피우기 위해서는 그 실체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일 텐데, 이 자리를 빌어 적합한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라는 책이다.
미국 부통령을 지낸 환경운동가 앨 고어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과 그 해결 방안을 다룬 이 책은 2006년 5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많은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고, 비영어권에서는 한국어판이 최초로 출간되었다. 대학시절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저자는 이후 줄곧 환경운동에 앞장서 왔는데 전 세계를 누비며 직접 목격하고 수집한 환경관련 핵심정보들을 이 책에 구성지게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정보의 양과 정보 전달효율성에 있어서 아무래도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사진과 컴퓨터그래픽스 및 표를 풍성히 사용하여 마치 한 편의 슬라이드 강연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외한은 물론이고 전문가에게도 매우 유익하고 흥미롭게 읽힐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저자가 책 곳곳에 털어놓은 가족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
일부 독자는 그 의도를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필자에게는 오히려 저자가 환경문제에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어 저자의 주장에 신빙성을 보탠 셈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지난 5년 동안 북극빙하가 1/4 가량 줄었고, 향후 50년 빠르면 30년 내에 모두 녹아내리리라는 것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또 지구온난화가 현재의 속도로 지속되면, 금세기 말에는 지표면의 평균온도가 약 5℃, 해수면이 약 5~6 미터 상승하는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며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난화는 지구 곳곳에 폭염이나 태풍의 증가 등의 이상기후를 낳는다. '남대서양은 허리케인 안전지대'라고 교과서에서 가르쳤는데, 2004년 브라질이 그만 사상 최초로 허리케인에 강타 당하더니, 2005년에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 같은 재해가 우리를 계속 비껴갈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지구행성 전체가 큰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위기의 심각성은 세계인들이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여기고 있다는 데 있으며, 이 어처구니없이 불행한 사태는 '불 보듯 뻔한'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과학적 진실이 화석연료를 팔아 치부하고 있는 악덕기업주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으므로, 예전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고 왜곡할 때처럼, 그들의 집요하고 교묘한 책략에 의한 것임을 저자는 고발하고 있다. 결론으로 지구온난화를 개인적 문제이자 도덕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저자의 호소처럼, 독자들도 그것을 '발등에 떨어진 불'이자 '내가 책임져야 할 일'로 느끼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신형식(전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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