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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산림계

송계(松契) 모임, 산림보호와 생활 영위

진안 성수면 중평부락의 산림계 문서. (desk@jjan.kr)

미국발 경제위기론이 한참이다.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미국이, IMF 때에 그렇게도 거들먹거리던 미국이 스스로의 위기에 처해 있으니, 한편으로 고소함을 금치 못하면서도 미국의 기침에 드러눕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것을 즐길 짬을 주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펀드도 영 신통치가 않다. 돈을 모아 굴리는 방법으로 호평이 자자했던 펀드도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하는 듯하다.

 

지금이야 푼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드는 방법이 편드와 주식에 몰려있지만 예전에는 계모임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해방 이후 사회적 병폐로 떠오른 것도 '계돈'이었고, 계주였다. 돈 떼어먹고 도망간 계주 때문에 무너진 가정이 한 두집이 아닐 정도로 계모임의 사회적 인식 속에는 목돈보다 그 만큼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역사 속에서 계모임은 상부상조라는 삶의 미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마을단위로 조직된 동계(洞契), 촌계(村契), 부락계 등 다양한 형태의 계모임이 존재해 있었다. 동계와 같은 마을계는 동족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촌락구성의 특성상 사실 족계(族契)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한편, 국가에서 마을을 단위로 세금을 부과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세금을 마련하기 위한 계를 조직하기도 하였다. 마을이 공동으로 낼 세금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가 얼마씩을 낼 것인지를 놓고 가진 자과 못 가진 자 사이가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상부상조의 미덕보다는 경제적 득실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편, 생활을 위한 독특한 계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산림을 보호하고 아울러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도움을 얻기 위한 산림계(송계)가 그것이다. 온돌 생활을 해야 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땔감의 확보는 중요한 관건이었다. 단지 취사에 사용되는 것 이외에도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는 땔감을 어떻게든 확보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진안 중평마을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송계를 조직하고 성수면 외궁리에 산을 마련하였다. 이렇게 마련된 산을 송계산(松契山)이라 했고, 그 산에서 계원들은 땔감과 비료로 쓸 꼴(풀)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송계는 1906년 이후 임적조사사업과 1917년 임야조사사업의 시행으로 국유림으로 편입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송계는 산림보호와 땔감 등의 확보라는 이유로 조직되었지만, 크고 작은 마을일에 관여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곗돈이나 곡식으로 재정을 마련하여 마을의 공동행사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계모임의 재정확대를 위하여 묘목을 심어 팔기도 하였고, 화전(火田)을 허락하고 소작료를 받기도 하였다. 아울러 송계산이나 마을에 부과되는 임야세, 삼림조합비 등의 세금을 공동으로 납부하였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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