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미완성 '신화소설' 유지 받들어 책으로 펴내
지난 7월 세상을 뜬 소설가 고(故) 이청준 선생이 지난해 계간지에 발표한 마지막 장편소설 '신화의 시대'(물레 펴냄)가 3일 출간됐다.
'신화의 시대'는 학술·문예 계간지인 '본질과 현상'에 2006년 겨울호부터 2007년 가을호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연재됐던 소설로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이번에 처음으로 단행본으로 나왔다.
그동안 이 작품의 연재 사실이 문단이나 연구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고인의 마지막 작품은 지난해 가을 계간 '문학의문학'에 기고한 단편 '이상한 선물'로 알려져왔다.
이번에 출간된 '신화의 시대'는 단행본 세 권 분량 이상의 긴 소설을 쓰지 않던작가가 길고 거대한 작품을 쓰기로 작정하고 총 3부에 걸쳐서 구상했던 작품 중 완성된 1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191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반의 남녘 해변마을 선바위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신화의 시대'는 선바위골에 "정신이 썩 온전치 못한 데다 본색이 아리송한 여자"인'자두리'가 등장하는 데서 시작한다.
자두리가 동네 남정네 여섯과 큰산이라 불리는 천관산에 다녀온 후 누구의 씨인지 모르는 아이를 갖게 되고 그것이 '태산'이라는 인물의 출생 비밀로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여기에 태산의 이웃이면서 작가의 조부로 짐작되는 이인영 집안의 가계 내력이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자세히 그려지기도 한다.
'신화의 시대'는 작가가 2003년 발표한 장편소설 '신화를 삼킨 섬'과 더불어 그동안 소홀했던 "우리 신화와 신화성"에 대한 말년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생전 발표한 문학적 자전 '나는 왜, 어떻게 소설을 써 왔나'에서도 "지금까지 내 소설은 꿈과 힘의 질서가 지배하는 현실세계와 그를 밑받침하는 역사적 정신태의 한계 안에 머물러 온 느낌이었다. 그 현실과 역사의 유전적 침전물로서의 태생적 정서가 담겨있을 넋의 차원이 결여되어 보인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가의 유지에 따라 평전을 집필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이윤옥 씨는 "2002년께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신화소설'의 구상을 말씀해주셨고 2004년에 첫 원고 '자두리 이야기'를 보내셨다"고 말했다.
이씨는 "얼개만 잡아두신 2부에서는 태산과 함께 선생님의 큰형을 모델로 한 인물 '종운'이 서로 대비되는 중심인물로 등장하며 남겨주신 일기나 메모 등을 보면 3부에서는 선생님 자신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예정이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본질과 현상' 발행인인 소설가 현길언 씨는 "'본질과 현상' 문예면에 성장소설을 집중적으로 게재하기로 하고 이청준 선생께 그 시작을 맡아달라고 떼를 썼더니 써둔 작품이 있는데 그것도 성장소설이 될 것이라며 '신화의 시대'를 보내주셨다"고연재 경위를 전했다.
작가의 고향 후배이기도 한 김선두 화백이 표지화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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