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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경기전 일기(3)

제향의례 엄숙했던 경기전, 역사·의미 다시 평가돼야

일제시대 경기전의 제향사무 (desk@jjan.kr)

우리들에게 경기전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우리 역사에서 500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지켜온 조선이라는 국가를 창업했던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공간적 의미에 한정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신성성'을 부여해야 하는 성역(聖域)의 공간일까? 사람들에 따라 각기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이고 그에 대한 가부를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언제부터인지 경기전은 전주의 문화정책의 큰 줄기 속에 언급되어져 왔고, 그래선지 논의의 대부분은 전통문화 도시 전주의 정체성에 연계되어 활용성에 치중되어 왔다. 경기전의 개방 제한 의견이 대두되는 것은 지금까지 경기전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경기전의 의미는 경기전에서 모셔진 제향의식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

 

경기전의 제향(祭享) 규정은 태조의 어진이 봉안된 4년 후인 1414년(태종 14) 8월의 제정되었다. 이 때 경주와 전주, 평양의 태조 진전에 '4맹삭(四孟朔, 1월, 4월, 7월 10월) 대향(大享, 조선시대 종묘·사직·영녕전에서 지내던 큰 제사.)과 유명일(有名日, 동지, 한식, 단오, 중추) 별제(別祭)'를 전라도의 사신(使臣)과 수령으로 하여금 행하도록 하였다. 이듬해 9월에는 제향 의식에 관한 예조의 계문이 시행되어 제향별 찬기(饌器)의 규정을 정하고 사맹삭은 폐지하였다. 1447년(세종 29) 11월 2일에는 경기전의 제수용품의 위치를 정하였다.

 

일제강점기 경기전의 제향은 2차례의 제향(祭享), 춘추제향(春秋祭享), 고유제(告由祭), 춘분제(春分祭) 등으로 구분되었다. 제향에 관련된 모든 물품 및 금액은 이왕직 장예원의 지휘를 받아야 했다. 제향시 사용하는 중박계(中朴桂) 등 총 9종류의 제수음식이 사용되었으며, 1917년 8월 추분제향 이래 준용한 조경묘와 경기전의 진설도가 현존하고 있다. 각 제향마다 소용되는 제수용품은 유형에 따라 대동소이하였다. 제향일이 다가오면 조경묘와 경기전내를 청소하고, 분향 봉심을 하며 특히 제사 거행시 사용할 제물의 준비 및 제사완료 후 제물, 잡품 등의 정수점검 입고 등과 같은 다양한 업무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경기전의 관리를 담당하는 관원들은 주기적으로 조석(朝夕)봉심, 5일봉심, 삭망제 등을 지냈다. 조석봉심은 아침 8시에 분향봉심하고 전내를 청소하는 것을 말하며, 5일봉심은 음력 5일ㆍ10일ㆍ15일ㆍ20일ㆍ25일 등 5일 주기로 행하는 분향봉심, 삭망제는 1일과 15일에 지내는 분향을 가리킨다. 조경묘ㆍ경기전의 전사보는 이 업무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수행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경기전의 제향은 전주이씨 시조의 위패가 봉안된 조경묘와는 달리 지방관청의 주요행사였다. 전주이씨들만의 제향으로 치루어지는 지금과는 그 성격과 격이 달랐던 것이다. 이는 일제시대 이후 왕실의 존재와 정통성을 부정했던 식민지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성계는 단순히 전주이씨가 아닌 우리나라 역사에서 '조선'이라는 국가를 세운 건국조로서 평가되고 그에 맞는 예를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한국고전문화연구원의 문화강좌에서 "우리나라의 화폐에 이성계의 얼굴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야 말로 조선이라는 국가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대변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을 그동안 간과했던 경기전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것이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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