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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시간'의 족보찾기…다양한 이론·우주와의 관계 조망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렇게 연말이 되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시간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시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 철학이나 과학과 같은 학문적인 주제가 되었다고 한다면, 과거나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한 내용일 것이다. 우리들의 관심사라 할 수 있는 시간과 관련된 다양한 물음들을 다룬 저서가 바로 '시간의 역사'다. 이 책의 저자인 호킹은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한 현대 물리학계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우리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이 1988년 발간된 이래 40개 언어로 번역되고 900만 부 이상 팔렸듯이 과학자들을 위한 전문서라기보다는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40점 이상의 그림과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책 내용을 이해하거나 우주물리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총 12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장에서 8장까지 시간이론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역사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특히 우주에 빅뱅이 일어난 순간에 시간이 시작된다는 주장을 통해 시간과 우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또한 저자가 빅뱅과 관련한 교황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우주에 대한 관점에서 종교와 과학 사이의 근본적 차이를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주가 출발점을 가지고 있을 때 창조자를 상상할 수 있지만 우주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충족적일 때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이 그저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연구주제인 블랙홀도 이 책에서 알기 쉽게 설명되고 있어서 그의 천재성을 재차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자신의 연구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블랙홀은 별의 표면에서 나온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아서 그 별을 볼 수 없는 천체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빛도 발하지 않는 블랙홀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블랙홀이 인접한 물체들에 대해 여전히 중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어 9장과 10장에서 저자는 시간여행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다룸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려면 과거와 미래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관통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과학의 법칙은 시간의 앞뒤 방향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호킹은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심리적 시간의 화살, 그리고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라는 이들 관계를 통하여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면서 그 가능성을 발견한다. 즉 편평한 두 영역을 연결시키는 얇은 관인 일명 '벌레구멍'을 통해 과학적으로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우주와 시간의 관계를 흥미롭게 전개하면서 저자는 우주 속의 모든 것을 완전히 포괄할 수 있는 통일이론을 수립하고 싶다는 학문적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왜냐하면 완전한 통일이론이 발견된다면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을 이해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들이 이 책의 주제들을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물리학이 어려운 학문이라는 두려움과 편견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체제에서도 이 책이 과학적인 이론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재미있는 일화를 덧붙이고 있어서 독자들이 호킹의 인간적인 모습을 함께 느끼면서 읽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새해를 준비하면서 시간의 역사 속으로 여행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홍성하(우석대 교수·본지 서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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