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지만 진솔한 가족이야기 담았어요"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이귀남씨는 평생을 검소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늘 부지런했고 절대 누구와 다툰 적도 없었다. 언제나 남을 더 생각했던 아버지가 지난해 10월 구순을 맞았다.
자식들은 아버지 구순잔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한 달 전부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음식점을 빌려 가까운 친척을 초대하자는 얘기도, 출장뷔페로 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결국은 각자 음식을 준비해 큰 아들 이태근씨가 살고있는 임실 구수골로 모이기로 했다. 구순잔치에서 아들의 시낭송에 어머니 황지순씨는 말없이 눈물을 닦았고, 일곱명이나 되는 딸들 금자, 영자, 정애, 춘주, 금순, 금주, 춘희씨는 감사의 노래를 불렀다. 이날 세번째 가족문집의 제목이 정해졌다.
이귀남 황지순씨 집안의 가족문집 팔남매 세번째 이야기 「마당 넓은 집」(신아출판사)이 나왔다. '아버지 구순을 기념하며'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0년 전 이씨 팔순 때 펴낸 「서낭당 큰기와집」과 5년 전 황씨 팔순 때 펴낸 「마루가 따사로운 집」을 잇는 세번째 가족문집이다.
"가족 모두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묶었지만, 우리들에게는 소중한 삶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한 가족이 5년마다 문집을 낼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우리 가족이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집안 분위기. 진솔하고도 살가운 이야기가 담긴 가족문집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유명해졌다. 가족문집을 돌려있거나 다음 문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
"가족문집을 책장에 넣어놓고 틈만 나면 읽어보곤 했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글 속의 재미에 빠지게 됩니다.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우리의 생생한 이야기여서 좋아요."
팔남매들은 "어설픈 글들도 많지만 우리의 이야기라는 자부심으로 만들었다"며 "아버지, 어머니 글도 있었으면 했는데 이번에는 싣지 못했다"고 전했다.
무뚝뚝한 부모님은 "좋다"고만 하지만, 팔남매는 "부모님이 우리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셔서 이런 가족문집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제 또 세월이 흐르고 5년 후가 되면 또 한권의 책이 나올 것이다. 아들, 딸들이 결혼을 했고 손자, 손녀가 생겨나고, 또 결혼을 하고….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가족문집에 글 쓸 이들도, 글감과 함께 풍성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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