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찬(전북대 경제학부 교수)
작년 이맘땐가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었다. 2008년 1월 신년에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성장을 측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GDP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GDP(국내총생산)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경제지표가 되도록 하기 위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두 명의 외국경제학자까지 불러들였다.
2008년 1월 달에 빌 게이츠가 삶의 질과 자본주의, 빈곤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도 묘한 일이었다. 빌 게이츠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부유한 사람들은 물론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기여할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장하였다. 그는 "우리가 더욱 창조적인 자본주의를 개발할 수 있을 때 시장의 힘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NP로 결코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들
이제 2009년 1월이다. 우울한 경제위기 속에 세계적으로 어려운 뉴스만 날아온다. 성장의 측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든지,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이야기들은 경제침체기 속에서 가려진 느낌마저 든다.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힘들겠지만,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노골적으로 자체 모순을 드러내는 시점에서 '자본주의 너머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성장 중심의 GNP(국민총생산)를 탈피하여 인간 삶의 행복과 빈곤, 더불어 사는 생태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패러다임 작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야 과거 GNP의 성장방식에 사로잡힌 토목식 재정지출로 역사적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지만 말이다. 일단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GNP 중심의 측정방식은 계량화될 수 없는 소중한 영역들을 간과한다. 여기서 가격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은 하찮은 일이 되어버린다. 주부들의 가사노동, 손수 물건 만들기(DIY : Do It Yourself), 자녀 양육, 자원봉사 활동, 양노원의 노인환자 돌보기, 텃밭에서 상추를 키워 먹는 생태활동 등 가정의 사랑과 사회적 연대를 다지는 활동은 GNP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가정의 소중함과 매력 있는 국가
살림이 힘들수록 외부의 소비경제 보다는 내부 가정경제의 비중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바로 어머니가 외식 대신에 직접 식품재료를 사서 요리하고, 아버지가 비싼 로봇을 사다주는 대신에 목각인형을 깍아 주는 일은, GNP의 증가에는 역행되겠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덕목이다.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에서 시장경제는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여기다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 가정경제의 소중함을 더욱 키워가는 작업도 덧붙이면 좋겠다.
미국에서 대공황이 일어났을 때 두개의 기다란 행렬이 눈에 띠었다고 한다. 한 줄은 배급을 받기 위한 스프라인이고, 또 한 줄은 디즈니랜드에 입장하기 위해 티켓행렬이었다. 아마도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디즈니랜드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도피하고 싶어서일 게다. 일본도 잃어버린 10년 동안 문화를 키워서 무형의 국가매력을 키워나갔다. 여기서 나온 지표가 국민 총 매력(GNC : Gross National Cool)이다. 물론 국민 총매력(GNC) 지수는 GNP에서 따왔지만, 문화라는 무형의 가치를 종합해서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하려는 시도로 신선함이 넘친다.
항상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새로운 위기는 종전의 구태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계량화되지 않는 가치, 가정경제의 소중함도 키워져야 하며, 일본식의 외래어로 쿨(cool, 멋진)한 가정과 쿨(cool, 매력있는)한 국가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요청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우리는 역시 GNP 성장 자본주의에 가린 시야를 넘어서야만 한다.
/원용찬(전북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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