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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생활 속 투표에 참여하자 - 김신재

김신재(icoop전주생협 이사장)

 

2008년도 최고의 사회적 이슈는 "먹을거리" 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논란부터 유전자조작식품의 대량 수입으로 인한 위험성 논란, 중국산 식품의 멜라민 사건 등 식품안전에 대한 이슈는 2008년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최고의 생활 이슈였다. 요즘도 서너명만 모이면 "도대체 믿고 먹을 게 없다" 며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대단함을 느길수 있다.

 

이러한 추세의 반영은 소위 웰빙, 로하스라는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모 유통업체의 유기농 관련 제품의 매출점유율은 2008년 35.3%에 이르고,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취급하는 직거래 단체의 회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55%가 넘는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최고의 제과제빵업체는 우리 밀 빵을 출시하였다.

 

이는 식품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활동해온 소비자 단체 활동의 성과물이며, 비싸지만 보다 안전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낳은 결과로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웰빙이 사회적 트렌드로서 소비자의 성향에 맞춘 대기업들의 이윤추구의 결과로만 자리할 때 과연 소비자가 원하는 진정한 "식품안전"이라는 요구가 지켜질 수 있을지 대단히 걱정스럽다.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식품에 대한 요구는 단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 기술적인 문제로만 치부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환경 유기농업의 의미는 지구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석유에너지를 줄이면서 사회 환경의 자연 순환에 도움을 주는 의미로까지 확장되어야 하며 우리 농업의 보호와 유지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우리 농업이 보호, 유지되지 않고서는 안전한 식탁도 없다. 중국발 멜라민 사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유전자조작 식품 수입 등에서 보듯,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을 외면하고 값이 싸다는 이유로 수입해온 수입농산물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

 

이제 십 수년간 차려온 밥상이 나와 내 가족을 "살리는" 밥상이 아니라 오히려 "죽이는" 밥상이었다는 자각은 우리 농업과 환경, 인간과 노동을 생각하는 밥상 차리기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소비는 단지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는가? 또는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여 만든 식품인가? 를 넘어 서야 한다..

 

인간적 노동에 기반한 생산물인지, 생산과정에서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는 없었는지, 우리농업과 생산자를 살리며, 아울러 우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유기농업인지, 일부 부유층을 겨냥한 고품질 고가격 유기농업인지, 서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기 농업인지, 화석에너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 생산물인지를 따져야할 때 이다.

 

이 경우 소비는 곧 "생활 속 투표" 행위다. "생활 속 투표"는 생산자와 식품 기업에게 전달하는 소비자의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트렌드에 발맞춰 단지 화학 비료와 농약이 검출되지 않는 유기농산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연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보살피고 배려한 생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소비 행위다.

 

2009년 부엌에서 바라본 세상은 초국적 기업과 자본가들이 식량 생산과 유통을 쥐락펴락하며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소를 수출하고 학교 급식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며 유전자를 조작한 동식물을 식용으로 사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내는 근본적 방법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켜 정치권력을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은 "생활 속 투표"를 통해 대안적 생산체제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즉, 지금 내가 밥상을 차리는 나의 부엌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경우 쇼핑은 정치적 투표보다도 중요하다.

 

/김신재(icoop전주생협 이사장)

 

▲김신재씨는

 

* icoop전주생협 이사장

 

*자연드림 전주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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