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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전 세계에 한국 알린 명저…일제 강점기때 끊긴 문화의 맥 그림 통해 다시 이으려는 열망 담아

지인들에게 권하려고 새로 구한 책(33쇄본)의 띠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워싱턴 주미대사관이 선정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가장 훌륭한 명저! 미국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우리 문화 입문서! ..공동번역 해 전 세계에 공개 중.."

 

우리 옛 그림에 관한 저서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3년 전 작고한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저술들은 빼어나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2> , <그림 속에 노닐다> , <단원 김홍도> 등 중에서도, 이해에 어려움이 없어 읽는데 막힘이 없고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기로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을 들겠는데 이것이 그 책이다. 수많은 과대·과장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앞의 문구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 그림을 포함한 우리 미술, 크게는 우리 문화의 맥은 일제 강점기에 끊겼고 그것이 채 복구가 안 된 채로 해방 후 서구화의 물결과 근간 세계화의 쓰나미를 맞았다. 우리 미술, 우리 그림을 매개로 그 끊어진 맥을 오늘에 다시 이으려는 저자의 열망이 책의 전편을 통해 절절하게 전달된다.

 

오주석은 주류 사학계에서 다소 백안시되기도 하였지만 그 통찰, 안목, 비판의식은 단연 탁월하고 날카로우며 누구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우리가 오늘날 책이나 영상 화면을 통해서나 미술관, 박물관에 방문해서 옛 그림을 접하는데 실상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보기는 보는데 보이지 않는 '시이불견(視而不見)'인 것이며 이는 그림을 마음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상당히 왜곡되게 각인되었을 단원 김홍도라는 인물의 진면목이, 오주석의 단원 그림 몇 점에 대한 상세한 읽기를 통해 제대로 드러난다. 김홍도 걸작 속에 담긴 깊은 이야기가. 그 도상, 조형성, 역사성, 당대성 등의 맥락에서 흥미롭고 실감나게 전해진다. 강우방 관장의 다음과 같은 추천사는 결코 공치사가 아니다.

 

"훌륭한 예술품에는 반드시 그것을 만든 사람의 훌륭한 정신이 깃들어 있고 그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으며 그러므로 우리는 예술품을 통하여 사람과 시대의 정신을 만난다. 예술과 정신과 삶이 하나인 예술품만이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며 마력처럼 그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오주석은 조선시대 그림들을 격조 있게 풀어나가면서 어떻게 할지를 머뭇거리는 우리를 그러한 영원의 세계 안으로 인도한다."

 

단순히 외양을 닮게 모사한 것이 아니라 대상 내면의 정신, 진실, 기운을 담아내려고 전신사조(傳神寫照),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경지를 추구한 우리 옛 그림을,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그를 통해 작가와 대화하기 위하여,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자세하게 그 그림 '안'에 들어가 보고, 옛 방식으로 보아야 하고, 원본을 직접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주석은 지금 우리 문화며 예술은 일제 치하에서 타락한 양상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고 통탄한다. 그 때에 산산이 부서진 조선시대의 저력과 뛰어난 격조와 창의성과 감수성,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이 영위한 검소하고 도덕적이며 문화적인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것이다.

 

<바람의 화원> 신드롬 덕분에 간송미술관에서 신윤복의 원본 그림을 보기 위한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루었던 사실은 고무적이기도 하다. 다음달 열릴 도립미술관의 조선후기서화명품전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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