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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꿈을 좇은 신라 '마의태자'

강숙인·한병호의 '마지막 왕자'

경주를 여행하다 깨진 기와조각의 '신라 천년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신비스런 웃음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했습니다. 어느 큰 기업에서 자기 기업 로고를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 했다고 하는데 그 다자이너가 제시한 로고가 바로 '신라 천년의 얼굴'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경주에 여러 번 갔지만 널리 알려지고 보존이 잘 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둘레 풍경을 감상하고 오는데 그쳤습니다. 흔적만 남은 성터나 유적지는 슬쩍 둘러보는 정도였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창비)를 쓴 유홍준씨는 "인간은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 이때 아는 비결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 「마지막 왕자」(푸른책들)는 역사를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다르게 보는 힘을 줍니다. 작가는 중학교 때 금강산 기행문에서 마의태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신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오랫동안 마의태자에 대한 진한 사랑을 가진 끝에 책을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기존의 역사책들과 다르게 역사적 사실들을 그대로 서술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흥미 있는 이야기 속에 담은 동화책입니다. 역사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다른 책에서 맛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입니다.

 

천 년의 역사를 이어 온 한 나리가 흥청거림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역사는 어찌 보면 요즈음 경제위기를 맞은 우리 현실과 통하는 면도 있지요.

 

순진한 막내왕자 선의 시각을 통해 작가는 현실을 뛰어넘는 마의태자와 현실을 따라간 경순왕, 형처럼 꿈을 좇고 싶었지만 현실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선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부귀영화를 버리고 영원한 신라의 태자로 남아 금강산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 나물죽과 삼베옷을 입고 살다간 마의태자의 절절한 신라 사랑이 내게 전해 오는 듯합니다. 마의태자는 "중요한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이, 혼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신라가 망한다 해도 신라의 정신이 살아있다면 신라는 언제까지나 기억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선은 문득 깨닫습니다. 큰형은 자갈밭 같은 세상을 이겨내고 이 세상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그 무엇, 달처럼 영원한 그 무엇에 이르렀다는 것을요.

 

작가는 역사에는 현실을 선택한 사람과 꿈을 선택하는 사람, 이 두 가지 부류의 인간형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많고 후자의 경우는 드물지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역사가 그나마 길을 잃지 않고 바른 길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꿈을 택한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는 한 번도 싸우지 않고 금강산에 들어간 마의태자가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온 가족이 이 책을 읽고 토론해 보면 좋겠습니다. 경주로 답사여행을 떠나면 더욱 좋겠지요.

 

이 글을 쓰면서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신라천년의 얼굴'이 살아있는 듯한 것은 신라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마의태자의 혼이,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경희(어린이 도서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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