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24 22:01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주말 chevron_right 책의 향기
일반기사

[책의 향기]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배유안의 '스프링 벅'

아프리카 남부, 앙고라 등 초원에서 풀을 먹으며 무리를 이루어 사는 스프링 벅. 무리들을 밀치면서 시속 90km 이상 질주하기 때문에 막다른 위험에 처해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속력이 뛰어나고, 점프력 또한 대단하다. 책은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 '왜'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등 물음을 제기함으로써 답은 각자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부만 잘하면 모든 꿈이 이루어 질 것처럼 공부에만 매달릴 것을 강조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모두 한 방향, 한 가지 생각만을 강요하도록 하면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마치 스프링 벅의 무리가 풀을 뜯다가 초원을 질주하면서 절벽에 내몰리게 되면, 죽음의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 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질식할 것 같은 공간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들로부터 내몰리고 있는 것.

 

학교는 학생들에게 정의와 용기를 심어주고 있는가. 학교 눈치를 보며 내신 따기에만 급급해 뒷공론만 하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인가.

 

우리는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어떠한 권력도 책임 있는 자유와 권리를 억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일제고사 결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조용하지 않다. 시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학업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가 뉴스에 나왔었다. 특목고 열풍에 중학교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고등학생들 보다 더 높다고. 자살하고 싶은 생각을 가져 본 아이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했다.

 

 

책을 든 순간부터 멈추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고 책을 내려놓고도 가슴이 먹먹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정신없이 몰아대는 현실 속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용기와 사랑, 열정이 행간 사이사이로 나를 이끌었다. 부모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상처를 주는 부모들에게 던진 많은 용서가 나를 아프게 한다. 아이들은 용기도 없고, 비겁하고, 미숙하기 이를 데 없는 어른들을 용서하고 헤아려주는 따뜻함까지 잃지 않는다.

 

강자독식만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와 희망과 진정한 용기를 갖추고 철없다고 어리다고 보는 부모들에게 진정한 삶의 이유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양심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양심이 왜 필요한지 실천 하는 양심이 왜 중요한지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도 한마디 원망도 없이 떠난다.

 

책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은 죽음으로 내 몰리는 비극적인 현실을 무대삼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현실과 연극 속에서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조금만 더 가면 벼랑이라고 온몸으로 외쳐댄다. 아무리 찬란한 미래라도 자신이 이루어 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부끄럽다고.

 

이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아이들의 작은 환호성과 용기 있는 몸짓에 깊은 존경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대 진정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어린이들이나 청소년이 아니라 부모들이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살아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열심히 배워가야겠다.

 

아이들아! 너희들과 함께 자라고 싶은 엄마가 너희들과 함께하고 싶은 책이야.

 

하나, 둘, 셋! 바로 지금이야.

 

/김미숙(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