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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무딘 연필의기록…소중한 삶의 자산

김용옥시인 글쓰기지도 초·중학생 '쁜지는…' '너희 생각이…' 묶어

"「소년문학」이 얼마나 소중한 잡지인지 고개를 주억거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4년간 아이들와의 대면을 늘 목마르게 기다리면서, 봉사했어요. 성장 역사의 기록, 무딘 연필을 기록한 아이들의 흔적이 얼마나 소중한 재산인지, 언젠가 무릎치며 깨달을 때가 올겁니다."

 

'어린이가 천국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펴낸 책 「쁜지는 어른의 천국이다」(신아출판사). 어린이잡지 「소년문학」에 투고했던 초등학교 아이들의 작품을 추리고, 그들의 상상력을 덧댄 아기자기한 그림을 삽화로 넣었다. 자신의 마음을 열고 표현한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열었던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용옥씨(61·사진)의 꼼꼼한 해설까지 섭섭치 않다.

 

"나팔꽃이 희망을 품으며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고 했더니, 시영이는 삽화로 넣은 자기 이름에 나팔꽃을 그려넣었어요. 언제, 어디서든 '퀸카'가 되겠다는 은정이는 이름마다 왕관을 씌웠구요. 이 '쪼고만' 씨앗들이 어떻게 자라날까요."

 

아이들 이야기가 시작되면 목소리부터 높아지는 그는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함에 얽매이지 않는다. 꼬맹이들과 재미나게 잘 놀고, 함께 킥킥거린다. 시쓰는 게 더딘 아이를 볼 때면 답답해하다가도 삼행시를 '급제안'하고, '아자아자'를 외치는 순수하고 정직한 그다.

 

"자기를 잃어버렸거나 가슴이 막혔거나, 남과 다르게 살기를 포기한 어른들, 어린이란 뭘 모르는 철부지라고 치부하는 어른들이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 깨끗하고 환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거꾸로 시간여행'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의 아이들 사랑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중학생으로 관심을 돌려 「너희 생각이 희망이다」(신아출판사)까지 펴냈다. 한데 뒤엉켜 글쓰기 지도를 해오며 '찜' 해뒀던 중학생의 논설문과 시를 모은 것.

 

원더걸스의 'Tell me' 열풍을 통해 UCC의 힘을 짚어내고, 「어린왕자」를 통해 '군중 속의 고독'의 현대인이 서로 길들인다는 것, 관계 맺는 존재에 대한 책임을 읽어내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응시한 글모음이다. 들끓는 용광로를 가슴 속에 앉혀 놓은 듯한 그의 입담은 마주 앉은 사람으로 하여금 평화를 '덤'으로 받아안게 한다. 팔을 휘두르며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깨어있는 선생이다.

 

그는 1988년 「시문학」으로 등단해 「달구의 밥 숟가락이냐」등 2권의 시집과 함께 수필집 「생각 한 잔 드시지요」 등 3권을 펴냈다. '전북문학상' '박태진문학상' '백양촌문학상' '신곡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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