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
강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객석의 관중들이 커다란 숲처럼 보일 정도로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찬 강연장에 순간 목이 메였다.
'간절하면 정말 이루어지는구나'그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카네기 클럽에서 일 년에 두 번씩 특별 세미나를 개최해 도내 사람들에게 인간관계, 비전, 리더십, 열정, 자신감, 커뮤니케이션, 걱정 및 스트레스 극복에 관해 도움을 주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단순히 자기개발, 성공에 관한 처세술을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다양한 관계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 자기를 극복하는 장이 됐다.
이번 달은 전주대 아트홀에서 첫 번째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단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제 위기 여파로 지난해 보다 티켓이 거의 나가지 않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 어려운 상황에 누가 세미나를 듣겠어"라고 이야기만 늘어 놓아 더욱 조바심이 났다.
'서울에서 연사를 모셔 와놓고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한다? 텅빈 객석의 허전함, 민망함은 어떻게 하나.'
매일 저녁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매주 한 번씩 대책회의를 통해 해결책 마련에 골몰했지만, 임원들조차도 회의적인 시각이 생겨나면서 접어야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때마침 그나마 힘이 되는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네기 클럽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이곳 저곳 전화를 돌리며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다. 거의 모든 좌석이 채워질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 것.
짧은 생을 살면서 사람들은 사랑하며, 배우고, 또 최종적으로 무언가 남기고 싶어 한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름 석 자 남기고 싶은 욕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갖는 가장 본능적인 욕구가 아닐까 한다.
죽음을 앞두게 됐다면 고 김수환 추기경처럼 끊임없이 사랑하며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하는 삶을 꿈꿀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지켜보면서, 공감은 하면서도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해 보게 됐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인생에서 기대하는 기적들이 아주 거창해 현실감이 없다거나 혹은 아주 작은 기적들이 큰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정작 피부에 와닿지 않은 일들로 여겨서다.
장기기증이 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에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이들이 그의 마지막 메시지에 움직인 것을 보면, 그의 사랑은 우리 사회에 귀중한 족적이 된 것 같다. 강연장을 찾아 수많은 세미나를 듣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의 씨앗을 하나씩 심는 일부터 비롯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기증의 물결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 한해 아니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의 사랑이 전국민을 감화시켰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그의 사랑에 보답할 차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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