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전문
단 세 줄의 이 시는 어느 한 순간 쉽사리 씌어진 듯 하지만, "나의 경험 중에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시적 경험을 바탕으로 수없는 행갈이의 시행착오와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 말것인가라는 "쩨쩨하고 치사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다.
안도현 시인(48·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 대학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행여 그의 시가 변할까봐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외려 더 잘된 일 같다. 그로 인하여 이 세상에 좋은 시인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시에 매혹돼 살아온 지 30년입니다. 여전히 시는 알 수 없는 물음표이고, 도저히 알지 못할 허공의 깊이입니다. 시를 무엇이라고 말할 자신이 없으므로 다만 '시적인 것'을 탐색하는 것으로 소임의 일부를 다하고자 합니다."
시인이란 역시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사람. '안도현의 시작법'이란 부제가 붙은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한겨레출판)를 읽다보면 슬쩍 펜을 들고 싶어진다.
'많이 쓰기 전에, 많이 생각하기 전에, 제발 많이 읽어라. 시집을 백 권 읽은 사람, 열 권 읽은 사람,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 중에 시를 가장 잘 쓸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시 창작 강의 첫 시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시집 목록을 프린트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시인. 그는 '제발 시를 쓸 때만 그리운 척하지 마라. 혼자서 외로운 척하지 마라. 당신만 아름다운 것을 다 본 척하지 말라. 모든 것을 낭만으로 색칠하지 마라. 이 세상의 모든 슬픔을 혼자 짊어진 척하지 마라'며 '척'을 금지하지만, 시인의 시는 그리우며, 외로우며, 아름다우며, 낭만적이며, 또 슬프지 않았는가.
'시를 쓰려거든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쓰고, 엉덩이로도 쓴다고 생각하라. 가슴으로는 붉고 뜨거운 정신을 찾고, 손끝으로는 푸르고 차가운 언어를 매만질 것이며, 엉덩이를 묵직하게 방바닥에 붙이고 시에 몰두하라.'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시인이 많은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시인은 "수천 명의 시인이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시의 나라라면 적어도 시적인 일들이 곳곳에 넘쳐나야 마땅하다"며 "시를 쓰는 기술과 훈련이 아니라 영혼의 생산자로서 시인이 된다는 일이 무엇인가를 따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는 2008년 5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원고에다 대폭 손질을 가하고 내용을 보탠 것. 시작법과 더불어 한국어로 쓴 시의 정수를 맛보는 즐거움이 과외로 있다.
그로 인하여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시쓰기를 가슴에 품게 될 것 같다.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도 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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