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과의 특별한 만남…신문·잡지 연재글 정리한 소담한 책
오주석. 세상은 아직도 그를 그리워 한다.
옛 그림에 대한 깊이 있는 안목과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 빼어난 글솜씨로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그 가치를 환기시키는 데 힘을 쏟았던 미술사학자. 2005년 2월, 그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되는 지금 유고집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월간미술)이 나왔다.
오주석을 잊지 못하는 벗들이 꾸린 유고간행위원회가 동아일보(2000년 4월 19일~10월 4일)와 잡지 「북새통」(2003년 5월~2004년 12월)에 연재됐던 짧은 글들을 정리해 만든 아담한 책이다.
일간지에 매주 글을 싣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면서도 그는 늘 논문보다 대중을 상대로 한 글에 심취해 있었다. 제한된 지면에 옛 그림이 담고 있는 풍부한 상징과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옛 그림이 지닌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에 대중들에게 우리 옛 그림을 알리는 데 마음을 기울였다.
이번 유고집에서도 그는 신윤복의 '월하정인도'와 김홍도의 '씨름', 김명국의 '달마도' 등 아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스물일곱점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책을 펴내며 오주석이 남긴 말은 고만고만한 글들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고 핀잔을 주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나름으로는 정성을 다했고 또 될 수 있는 대로 깨끗한 마음으로 쓰려고 노력했다는 것. 그는 "옛 그림 속에서 그린 이의 숨겨진 마음을 찾는 숨바꼭질에도 빛과 그늘이 있다. 보일 듯 말 듯 오래도록 찾아보았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마음이 어두워졌던 적도 있고, 술래잡기 끝의 발견처럼 하찮은 것 같아도 제 맘이 너무 좋아서 크게 외치고 싶어 바르르 떤 적도 있다. 작지만 이 책 곳곳에 그런 자취가 스며 있다"고 고백했다.
신문 연재를 제안했던 이광표 동아일보 기자는 "짧은 분량 안에 이토록 다양한 정보와 의미를 담아 내고 이를 멋진 문장으로 살려 내기 위해 그는 수없이 생각하고 쓰고 고치기를 거듭했다"며 "이제 그는 더 이상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글들은 아직 생생하다"고 말했다. 미술사가 강우방씨도 유고간행위원회를 대표해 "우리 옛 그림을 그만큼 꼼꼼히 읽어 내려고 애쓴 미술사학자도 드물 것"이라며 그를 그리워 했다.
오주석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같은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코리아 헤럴드 문화부 기자를 거쳐 호암미술관 학예연구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연세대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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