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미술관' 등 안내서 잇따라 출간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대형 전시들이 자주 열리는 요즘, 미술관엔 부쩍 어린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상당수 어린이는 작품 옆에 있는 설명판의 내용을 베끼는데 열중하거나 그림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엄마 뒤만 졸졸 따라다니기에 바쁜 모습이다.
그림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미술 작품을 즐겁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신한 어린이용 미술책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어린이 미술관」(사계절출판사)은 그림을 들여다보며 예술가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어린이 미술책이다.
그림을 연대기 순으로 배열하고 그림의 내용이나 탄생 배경, 작가를 소개하는 식의 일반적인 미술책의 설명방식을 지양하는 대신 그림을 보며 생각의 고리를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하나씩 제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예를 들어 피터 브뤼겔의 '농가의 결혼잔치'(1566~1567년경)에서는 신랑, 신부의 모습과 모자나 스카프, 두건 같은 사람들의 의상, 낡은 문짝으로 만든 들것 등을그림 속에서 찾아보며 떠들썩한 당시의 결혼식 모습과 400년 전 농가의 생활을 상상해보도록 한다.
한스 홀바인의 1533년작 「대사들」을 보면서는 탐정놀이를 할 수도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공과 지구의, 천구의, 책, 악기 등을 통해 등장인물의 직업을 알아맞혀 보라고 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고전회화 작가와 반 고흐, 클로드 모네같은 근대 화가들을 다루는데 그치는 대부분의 미술책과는 달리 여성 사진작가 신디셔먼, 영국의 화가 겸 사진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옵아트(Optical Art)의 대표적 작가인 브리지트 라일리 등 현대미술 작가들까지 풍성하게 소개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림이 말을 거는 생각 미술관」(길벗어린이 펴냄)도 어린이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 미술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감상하는 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2006년 3월부터 22회에 걸쳐 소년한국일보에 '이젤의 생각미술관'이란 제목으로연재됐던 글을 묶은 것으로 화가이자 미술교육 전문가인 저자 박영대 광주교대 교수는 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그린 작가의 생각을 읽어내는 방법을 일러준다.
독자들은 그림을 그릴 때 캔버스를 받치는 '이젤'의 안내에 따라 상상과 놀이, 편견 없이 바라보기, 느낌의 표현, 꿈과 소망 등 다른 주제를 가진 여덟 개의 방이 있는 미술관을 관람하며 33개 현대 미술 작품을 만나게 된다.
재료와 주제의 관계 및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주제로 한 방에서는 장갑으로 만든 박병춘의 '장갑민들레'와 자동차 타이어로 만든 지용호의 '변종2-말'을 보면서 작품에 사용된 재료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상상해 본다.
저자는 미술관에 가면 제목이나 설명을 베끼기에 바빴고 때론 작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주눅이 들었던 아이들에게 "이제부터는 작품 앞에서 당당하게 먼저 말을 걸어보라"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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