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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농촌 일손돕기 '원스톱' 체제 갖춰야 - 정대섭

정대섭(경제팀장)

최근 기획취재를 위해 영농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철 이르게 높은 온도에 짜증내기 일쑤였던 기자는 시설하우스 속에 구부려 앉아 채소를 수확하는 60-70대 아주머니들의 진땀을 바라본 순간, '내가 너무 쉽게 사는구나'하는 부끄러움이 솟았다.

 

높은 지열과 비닐하우스에 반사되는 일사광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작업장. 치솟기만 하는 하우스 속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검은색 피복을 양산삼아 힘겹게 옮겨가며 상춧잎을 따는 모습에서는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그나마 농촌의 희망찾기 아이템이어서 밝은 내용을 취재하긴 했지만, '작목반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뭐냐'는 질문에 '가장 힘든 것은 농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때는 그만 취재의욕이 사라질뻔 하기도 했다.

 

사실 옛부터 농번기에는 '부지깽이도 한 몫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일손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새참을 준비하다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에 밥을 태운 경험도 있고, 감자를 썰다가 식칼을 손에 들고 '식칼 어딨냐'고 설치던 경험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농촌의 고령화로 여성농업인이 늘면서 '경운기 모는 여성'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어느 해에는 편한 일감과 함께 상당한 일당을 지급하는 취로사업으로 농촌인력이 쏠려, 정작 농가들은 일손이 모자라 큰 피해를 본 일을 취재한 적도 있다.

 

그나마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고령화의 심각성이 조금 상쇄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농촌의 노동력 부족문제는 심각하기만 하다.

 

 

취재를 위해 찾은 완주군 용진면 봉서골 작목반은 농가식구와 고정화된 아주머니들이 수확과 김매기 등에 나서고 있었지만 고정출연하는 일손을 자꾸 빼앗겨 애가 타고 있었다.

 

저장성이 약한 채소는 매일매일 수확하지 않으면 유통에 문제가 생기는데 일손이 부족하면 수확은 물론, 시세에 맞추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

 

채소수확 일거리는 점심과 새참 등을 제공하고 일당 3만원 정도를 지불하는데 최근 인근지역에 나무식재 열풍이 불어 1만원씩을 더 주면서 부족한 일손을 빼앗고 있다는 푸념이다.

 

지난 가을 사과주산지로 유명한 장수군을 방문했을 때 사과농장 주인의 열변도 같은 맥락이었다.

 

농작물 재배기술이나 다른 여건은 잘 갖췄는데 숙련된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수확철에는 사과농장마다 승합차를 몰고 전주권 인력시장으로 새벽처럼 나갔다가 동이 트기전에 농장으로 들어오는데, 어슴프레한 시골길에 꼬리를 무는 승합차량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 것.

 

 

물론 영농철에 각급 기관단체들에서 일손돕기에 나서고 자치단체마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농번기에 집중되는 농촌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통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 자치단체들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될 부분이다.

 

영농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기존의 일손 알선 창구 개념을 뛰어넘은 통합시스템을 도입해 영농의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

 

예를들어 사과 수확철에 자치단체내에 얼만큼의 인력이 필요한 지 데이터를 가지고 인력시장에 대한 홍보와 함께 순환버스 운행 등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원스톱 지원체제를 갖춰 나간다면, 새벽에 또 저녁에 원거리를 운행하면서 빚어질 지 모르는 사고의 위험도 줄이고 농가의 일손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섭(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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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섭 chungd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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