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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강금원 회장이 흘린 눈물 - 김원용

김원용(편집부국장)

그 분을 떠나보내면서 만해 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으리라.'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다'는 만해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이 어딘지 맞닿아 있다는 느낌에서다. 님에게 '미안해요, 고마워요, 일어나요'를 외친 안도현님의 조시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이별이라는 슬픔을 딛고 희망으로 승화되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아직 추모의 분위기를 헤어어나지 못하고 있다. 님의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로 마중하더라도 주책없다고 타박하거나,'바보타령' 에 신물이 난다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걸 보면.

 

국민들은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공개석상에서 보기 힘든 김대중 대통령님의 눈물도 보았다. 특히 가족들을 제외하고 눈물을 많이 흘린 분이 있다. 재판정에서 울고, 교도소에서 울고, 빈소에서 통곡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다. 강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소상히 밝혀 주목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이 구속된 후 인터넷에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통해 강 회장과의 인연, 그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됐을 것이라는 점, 대통령이 된 후 단 한 건의 청탁도 없었다는 점, 퇴임 후 강 회장이 구속된 데 대한 미안한 마음들을 절절히 담았다. 강 회장의 구속에 대해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며, 글 말미엔 '면목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는 유서의 첫 머리도 강 회장을 가장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을지 싶다.

 

강금원 회장이 누구인가. 부안 출신에 전주공고를 졸업했지만, 정작 여기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동향 사람이라거나,동문이라는 지인들도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그가 30년 전 고향을 떠난 때문이기도 있겠지만, 권력의 주변에 있을 때 전혀 티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지.

 

강 회장이 왜 그토록 님에게 무조건적인 후원과 애정을 가졌을까.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신 답을 냈다. "젊었을 때 부산으로 건너와 사업을 하면서, 호남사람에 대한 끝없는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렸다. 툭하면 호남 사람 의리 없다, 신용 없다고. 부산사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던 호남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면(지역의 벽을 넘어 민주당에 남은 점을 두고), 나 또한 호남사람으로서 보여주고 싶다. 호남 사람이 얼마나 신용 있고, 의리가 있는지"

 

현재 강 회장은 자신의 회삿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영결식을 앞두고 병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유무죄야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권력의 군불조차 쬐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조금의 권력만 갖고도 허장성세를 부리는 부류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권을 챙겼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그에게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1주일만 빨리 보석됐더라도 님과의 이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엊그제 재판에서 다시 울먹였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런 강 회장의 눈물이 이제 우리 사회 소금이 됐으면 좋겠다. 님을 향한 그의 순수한 마음이 님이 꿈꾸던 '사람사는 세상'을 가꾸는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김원용(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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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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