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정경부장)
요즘 농민들이 애멸구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애멸구가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진 '벼 에이즈’ 줄무늬잎마름병 공포가 몇년전부터 멍든 농심을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 2001년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애멸구와 줄무늬잎마름병은 지난 2007년 전국 1만 4317㏊의 농지를 강타했다. 당시 부안군 계화면 지역의 경우 전체농지 3114㏊ 중 2016㏊가 피해를 입었다. 그해 수확률은 평년의 10% 내외에 그쳤고, 피해액은 무려 170억원에 달했다.
그 애멸구가 올해 또 다시 도내 농경지를 덮쳤다. 지난 5월 공중포충망에 잡힌 벌레를 분석한 결과 애멸구는 지난해의 60배에 달했다. 도내 5개 시군 발생면적이 1만4795㏊에 달하고, 벼 20주당 최고 46마리가 발견돼 2007년 공포가 재현될 지경이다.
당연히 농민도, 농정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일단 애멸구에 의해 줄무늬잎마름병에 감염된 벼는 고사하기 때문에 예방이 시급하고, 2억5000여만원의 긴급 예산을 투입해 방제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 말썽꾸러기 애멸구는 어디서 왔을까. 농정당국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다. 애멸구가 지구온난화 덕분에 따뜻해진 겨울철 나기가 한결 쉬워지면서 기승을 부린다는 것. 그러나 이번에는 월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 쪽에서 기류를 타고 날아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광범위한 면적에서 엄청난 성충 애멸구가 발견된 것이 그 증거로 지적됐다. 중국에서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날아오는 벼멸구 사례는 잘 알려져 있으나, 애멸구가 기류를 타고 날아온다는 사례보고는 없었던 터여서 농정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제 애멸구도 신종플루처럼 골칫거리가 됐다. 농민은 물론 농정당국이 철저한 예찰활동을 하면서 애멸구 발생시 곧바로 예방에 나서겠지만, 월동이 쉬워지고 또 중국에서 날아드는 상황이 됐다면, 애멸구 발생 자체를 막기 힘든 상황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우리 시선을 들녘에서 잠시 돌려보자. 들녘뿐 아니라 사람사는 공간에 애멸구떼가 득실거리면서 치유되지도 않는 줄무늬잎마름병을 마구 퍼뜨리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자.
군산과 김제, 부안 들판에서 벼를 갉아먹던 애멸구 떼가 어느샌가 익산으로 몰려갔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이 승진인사 대가로 300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익산시청 국장 한 명을 구속했다. 시장 비서실장에 대한 영장은 법원이 기각했지만,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밝힌 것을 보면 범죄 혐의 자체가 없다는 판단은 아닌 모양이다. 익산시와 시의회 등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어느 쪽으로 겨냥해 갈 것인지를 놓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04년 4월, 이철규 임실군수가 승진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받고 물러난 일, 2004년 12월, 강근호 군산시장이 직원들로부터 승진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가 징역 4년, 추징금 1억6500만원을 선고받은 후 낙마한 일, 지난해부터 계속 진행되고 있는 김진억 임실군수의 뇌물사건 재판 등을 어찌 기억하지 못하는가. 애멸구 떼에 물린 공직자들은 정신이 혼미해져 '학습능력’을 잃어버리는 모양이다. 공직사회, 정치권에 '타산지석’은 그저 옛말일 뿐인가 보다.
/김재호(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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