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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동국대 선학과 교수인 현각스님 '날마다 좋은 날'

'벽암록' '무문관'에서 뽑은 33가지 귀한 가르침

불교에서 선(禪)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고 한다. 문자를 활용하지도 않고 경전 문구에 의존하지도 않고, 오로지 이심전심으로 마음과 마음을 통해전달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옛 스님들의 선 이야기는 어록처럼 발췌돼 수많은 선 문집으로 전해진다. 중국 남송 때 간행된 '벽암록(碧巖錄)'(1128년)과 '무문관(無門關)'(1228년)은 선을 다룬 불교문집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인 현각스님이 '벽암록'과 '무문관'에서 33가지 이야기를 골라 현대인이 일상에서 귀한 가르침으로 삼을 수 있도록 설명한 「날마다 좋은 날」(시공사)를 펴냈다.

 

중국 조주스님(778-897)은 생전에 500개가 넘는 선화를 남기고 그중 100개 정도는 후세에 길이 남는 화두가 돼 '고불(古佛)'이라고도 불린다.

 

조주스님에게 한 스님이 "조사 달마께서 인도로부터 온 까닭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조주스님은 앞마당의 잣나무를 가리키며 "뜰 앞의 잣나무다"라고 대답한다.

 

또 한 스님이 "저 잣나무에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조주스님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대답한다. 조주스님의 이런 대화는 이미 부처가 돼 있는 잣나무의 본성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제자의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베는 말로 풀이된다.

 

조주스님은 어떤 스님에게 "여기에 일찍이 왔던 적이 있던가?"라고 묻고 "왔었습니다"라는 답을 듣자 "차나 마셔라(끽다거.喫茶去)"라고 말한다. 그곳에 왔던 적이 없다고 말한 스님에게도 조주스님은 "차나 마셔라"라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던 원주스님이 "왜 똑같이 차나 마시라고 하시냐"고 따지자 조주스님은 또 "원주야, 차나 마셔라"라고 말한다.

 

조주스님의 '뜰앞의 잣나무', '끽다거'등의 가르침에 대해 저자 현각스님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고 범상치 않은 통찰력으로 정신세계를 인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나 뉴턴의 사과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깨우쳐야 할 가르침"이라며 "조주스님의 잣나무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다른 형태의 사물로 탈바꿈해 보여집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이름지어 답을 내놓으시렵니까?"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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