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역이자 도전"
소설가 신경숙(46)씨가 인터넷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작년 11월 「엄마를 부탁해」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이후 내놓는 일곱 번째 장편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29일부터 다섯 달 동안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연재한다.
25일 낮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씨는 인터넷 연재를 "새로운 영역이자 도전"이라고 부르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형태의 연재소설도 써봤지만, 써 가는 과정이 중계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투명한 유리창이 있고, 그 안에서 쓰는 과정이 중계되는 것이라 어느 때보다도 긴장됩니다."
신씨는 걱정이 큰 만큼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기대도 걸고 있다. 그는 작가와 독자의 사이를 '나룻배와 행인'에 빗대어 서로 상대방을 강 건너도록 돕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누가 나룻배인지, 누가 행인인지 구별이 안 되는 시대죠. 서로 강 건너편으로 실어나르는 역할을 해주리라고 믿어요. 도착하는 장소가 모두에게 인상적이고, 따뜻하고, 한 번쯤은 머물러 보고 싶은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
신씨는 인터넷 연재라고 해서 기존 소설의 기법이나 쓸 때의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시대가 열렸던 초기에는 '인터넷 언어'가 따로 있었을 테지만, 이제는 일상이 된 만큼 인터넷 언어가 오히려 소통에 더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제 방식으로 진지하게, 깊이 있게 써 내려가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데에 더 울림을 갖는 언어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제 소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이게 소설인가 싶을 정도의 깊은 울림이 있는 시적 문체를 만나는 순간순간이 있을 겁니다."
신씨는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대해 청춘의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설명하면서 10∼20년 후에도 찾아 읽게 되는 소설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아래에 놓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세월이 지나도 생동감 있게 읽히는 명작은 연애소설 형태죠. '안나 까레리나'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폭풍의 언덕', '제인에어'처럼요. 사랑의 의미를 중심에 두되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신씨는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사랑의 열병이나 젊은이의 감수성, 상처의 치유를 이야기하는 소설로는 일본 작가의 소설이 많이 읽혔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르 클레지오의 말처럼 모국어는 조국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아름답고 품격있는 젊은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세월이 더 지나서 쓰기에는 벅찬 주제라는 예감도 들었고요. 인생에서 강을 건너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때 옆에 두고 읽고 싶은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소설의 제목은 최승자 시인의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따온 것이다. 신씨는 "여러 개의 종이 동시에 울려퍼지는 것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달 분량의 초고를 쓴 신씨는 "소설 속 인물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3분의 1가량의 지점에 아직 이르지 못한" 탓에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다고 했다. 제목도 100가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열흘 전에야 골랐고, 주인공의 이름도 계속 바뀌고 있다.
이번 소설은 전작인 「엄마를 부탁해」를 탈고한 이후 본격적으로 구상됐다. 신작 연재를 시작하려는 시점에 전작의 판매량은 80만부를 넘어섰다. 올해 여름 100만부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신씨는 "무시무시한 숫자"라며 "흥미진진한 일이기는 하지만 100만이라는 숫자가 짐작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있는 독자 리뷰를 보면 작가도 모르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작가와 독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작품과도 작별의 시간이 필요한데,「엄마를 부탁해」는 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었고 지금도 완전히 작별하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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