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찾은 詩…걸러낸 삶의 언어
공백. 두번째 시집 「쪽빛 징검다리」(도서출판 계간문예)를 펴내기까지 7년이 걸렸다. 이소애 시인(60)은 "공부할 수록 커지는 것은 두려움이었다"고 했다.
"남편이 아프다 보니 괜히 쫓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도 재촉하는 사람 없는데,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 서둘렀습니다. 덜 숙성된 시를 내놓고 만 것 같아요."
2002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남편에게 최근 뇌경색 증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남편과 함께 수상집 「보랏빛 연가」를 낸 것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도 달라졌다. 선택되고 정리된 언어는 사물의 내면세계를 낱낱이 드러낸다. 함부로 쓴 작품이거나 아무렇게나 쓴 낙서의 흔적은 없다. 관념시와 사물시의 적절한 조화. 격조 높은 시는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을 준다. 시인은 "이제 조금 시에 대한 눈이 뜨인 것 같다"며 웃었다.
"어머니가 연한 하늘색 모시를 조선 다리미로 다리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내가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를 닮아가며, 어머니가 가는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닮은꼴'이란 시는 어머니로부터 시작돼 '어머니 같은, 어머니가 되어 가는' 자신의 삶을 그린 것. 표제시 '쪽빛 징검다리' 역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자 그리움이다.
40년을 함께 살아온, 그러나 아직도 싸울 일이 남아있는 남편과 관련된 시들도 많다. '우체국 사거리 군고구마 손수레' 앞에서 데이트를 하고, '첫날밤 신방에 든' 그날부터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난 남편의 입에서 나온 '여보'란 말을 들으면서, 시란 이처럼 삶의 가까운 곳에 있음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시를 쓰기 위해서라도 사물을 그냥 보지 않아요. 통찰력을 가지고 예민하고 보려고 하죠. 그러니 그냥 사는 것보다 얼마나 즐겁겠어요?"
시가 있어 내 마음을 표출하고 내가 살아가는 것 같다는 시인. 그에게 시는 신앙이며, 반대로 신앙이 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에 대한 찬미나 절대 신앙을 구가하는 시는 많지 않다. 드물게 보이는 신앙시는 가톨릭 신자로서의 마음 수양과 인간적 사랑, 자아에 대한 참회와 반성이다. 신앙시란 스스로 마음을 다듬고 작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7년만에 세상에 나온 시들은 다듬어지고 또 다듬어져 빈틈이 없다. 소재와 시인, 그리고 독자가 긴밀한 언어소통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시인은 우석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전북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1994년 「한맥문학」을 통해 등단, 전북여류문학회와 가톨릭전북문우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미래문화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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