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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한경순씨 수필집 '빈 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지던 짐 덜고 가신 시아버지의 기억

"그냥 홀가분한 느낌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고, 매듭 하나 잘 맺은 것 같습니다."

 

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9년이 흘렀다. 치열하고 진지하게 쓰기 보다 살아가는 여백에 낙서하듯이 쓰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한경순(45)씨. 한 해 두해 묵힌 글들이 옴시래기 담겨 수필집 「빈 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로 출간됐다. 조금은 고독하게 자신의 심연을 탐색했던 시간이었다.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는 세상에 와서 맡겨진 짐을 묵묵히 어깨에 지다가 모든 것을 벗어놓고 훌쩍 떠난 시아버지의 외로운 발자국을 기록한 기억. 그는 시아버지를 '좁쌀영감'이라며 볼 멘 소리 했던 기억이 이제는 아픈 그리움으로 남았다고 했다. '꽃맞이'를 시작으로 '무릎 꿇고 있는 나무', '마당 넓은 집',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문화 마주 보기'등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글밭은 한층 풍성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 선수'로 불려 다녔어요. 그래서 오히려 멀리하게 됐습니다. 좋은 글감도 많은데, 왜 하필 이런 글만 쓰라고 할까 그런 불만이 생겼거든요."

 

결혼 후 글쓰고 싶단 생각보다는 일기처럼 글에 속마음을 털어놓고 살았다며 나 혼자 쓰는 게 편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사는 일이나 글 쓰는 일이나 종이에 손을 베이는 것처럼 서툴지만, 어설프게 내미는 손짓이 세상과 사람을 따뜻한 눈으로 보기 위한 시도와 같단다.

 

다만 수필이 늘 홀대받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며 쉽게 쓰여지기 때문에 오히려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것 같다고 했다. 펜을 다시 들면서 신변잡기로 흐르는 글보다는 삶의 철학이 담기고, 문학적 격조가 담긴 진짜 수필을 쓰는 게 자신의 임무로 여겼다고 말했다.

 

"사람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가진 것을 나누어 보태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죠. 머뭇거리며 주뼛주뼛하는 등을 사랑과 격려로 떠밀어준 분들께 고개를 숙입니다. 부끄럽지만 이 참에 사랑한다는 말은 꼭 해야겠습니다."

 

현재 한씨는 행촌수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4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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