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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박지영씨 신작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

왜 처음 떠오르는 답이 정답일까

한 학생이 시험지를 받아든다. 문제 하나를 쓱 읽었더니 3번이 답이라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읽어보니 2번이 맞는 것 같아 답안지에 2번으로 표시한다. 시험이 끝나고 답안지를 맞춰보는 시간, 그 헷갈렸던 문제의 정답은 3번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이다. 급우들끼리 시험 점수 올리는 방법으로 "문제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답이 정답"이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 왜 그럴까?

 

베스트셀러 「유쾌한 심리학」을 쓰는 등 심리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박지영 씨는 신작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너머북스 펴냄)에서 이런 현상을 '암묵기억’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암묵기억은 명료기억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수학 방정식을 풀거나 외국어 단어를 외울 때, 우리가 풀 수 있거나 생각나면 아는 것이고, 풀 수 없거나 생각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라고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기억이 명료기억이다. 그에 반해, 암묵기억은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하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억이다. 누군가를 만나 첫눈에 '내 이상형’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왜 그런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암묵기억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억이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사라지는지 등 기억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짚어본다. 기억에 관한 개념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실생활의 예로 재치있게 설명해 "내가 왜 그랬는지 알겠다"며 무릎을 치게 한다.

 

단기 기억 가운데 처음과 마지막 것을 잘 기억하게 되는 '계열 위치 효과’는 사람들이 평소 흔히 쓰는 '원조 프리미엄’으로 설명한다.

 

"'창밖의 여자’는 조용필이 불러야 제맛이고, '잘못된 만남’은 김건모가 불러야 제격이다. 제일 처음 불러 강력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뒤에 다른 사람이 부르면 아무리 가창력과 모방이 뛰어난 가수라 하더라도 노래의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알고 있기는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답답해지는 경우는 혀끝에서 맴도는 '설단 현상’이며, 어렸을 때 배우고 수십 년 만에 자전거를 타더라도 곧 능숙하게 탈 수 있는 것은 몸으로 익히는 기억인 '절차기억’ 덕분이다.

 

저자는 기억을 하는 원리와 망각을 하는 원인을 알면 기억력을 높일 수야 있겠지만, 기억과 망각을 모두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람다움’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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