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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1일 전주오거리광장서 강연한 철학자 탁석산씨

"현세주의·인생주의·허무주의가 한국인의 습성"…"삶의 근본적 물음 갖는 인문학 사라지지 않아"

전주오거리광장에서 강의를 앞두고 있는 탁석산씨. (desk@jjan.kr)

"흔히 한국인에 대해 해방 후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경제에만 몰입해 정신세계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철학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에 속하는데, 아무런 철학도 없이 지금처럼 경제가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1일 전주 시내 한복판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전주 시민들을 처음 만난 철학자 탁석산씨(53). 그는 "지난 50년간 분명 우리가 추구한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라며 "서양의 틀로 한국사회를 보다 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애써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전주KBS와 전북도교육청이 주최한 '인문학 콘서트'에 나선 탁씨는 저서 중 가장 만족스러운 책이 무엇이냐는 한 시민의 질문에 지난해 11월 펴낸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를 들었다. 스스로 "생각이 가장 잘 정리된 것 같다"고 소개한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온 한국인의 역동적 생활철학'이 부제로 붙어있다.

 

"한국은 100여년 전 새로 탄생한 국가입니다. 조선과 한국사회는 단절됐으며, 철학과 종교, 정치 면에서의 단절이 지금의 발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난 100년을 건설한 거죠."

 

그는 "19세기 말 영국 철학자 비솝은 한반도에서 본 한국인의 모습은 더럽고 가난했지만, 시베리아로 이주한 한국인의 모습은 부지런하고 깨끗했으며 경제적으로도 부유했다고 기록해 놨다"며 "한반도에서는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양반들에게 빼앗기는 것들이 많아져 오히려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했지만, 시베리아에서는 그 반대로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사람들이 왜 열심히 사는가를 묻는다면, 저는 현세주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이 세상이 전부인 거죠. 종교를 열심히 믿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아 현재를 열심히 살 수 밖에 없는 거죠."

 

탁씨는 현세주의 이외에도 타인의 성취를 선망만 하기 보다는 자기 삶에서 즐거운 기억을 환기해 '심리적 대차대조표'를 만든다는 인생주의와 실패와 좌절에 직면했을 때 자기 방어와 평안 유지를 위한 '보험용' 허무주의를 한국인의 내면과 습성으로 들었다.

 

탁씨는 2000년 '한국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도발적으로 되물으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소장철학자. 그러나 자신에 대해 "철학자라는 말은 언론에서 붙인 것일 뿐, 나는 책쓰기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된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문과학이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인문학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인문학은 '왜'라는 근본적 질문에 스스로 생각하고 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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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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