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정치·기획탐사팀장)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벌써 15년. 지방자치제 실시 초기의 미숙함을 털고 지역이 중심이 되는 지방정치가 웬만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지방행정을 이끄는 단체장과 이를 견제·감시하는 지방의회라는 양대 수레바퀴로 굴러가는 도내의 지방자치는 부패와 오욕의 그림자가 여전하다.
자치단체장을 주민직선으로 뽑았던 1995년 이후 도내 역대 시장·군수 중 사법처리를 받았거나 자진사퇴한 단체장은 무려 10명에 이른다. 모두 4번의 선거를 치렀으니 선거당 평균 3명에 가까운 단체장이 심판을 받은 꼴이다.
특히 임실군의 경우는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이형로, 이철규 전 군수가 사법처리 된 데 이어 김진억 군수가 구속 수감된 상태로 재판에 계류 중에 있다. 여기에다 최근 임실군의회 의장이 공무원 승진 인사와 관련 수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단체장에 이어 그 지역 지방의회 수장이 동시에 비리에 연루되는 일은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다. 이는 지방자치를 이끄는 수레의 두 바퀴가 더 이상 굴러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설령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군수 재판이 한두 번도 아닐뿐더러 집행부를 감시할 의회의 수장마저 수사를 받는다는 소식을 접한 임실 군민들의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경향각지에 살고 있는 출향 군민들도 유달리 매스컴을 자주 타는 '창피한 소식'에 더 이상 고향을 입에 올리지 못하겠다는 사연도 들려온다.
사실 지난번 선거 때 만난 임실군민들은 한결같이 '이번만큼은 꼭 깨끗한 후보를 뽑자'는 다짐을 서로서로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유권자들이 선택한 정치인들은 번번이 군과 군민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으니 주민들로서도 울화가 치밀 법하다.
그러나 곰곰이 돌이켜보면 임실 군민들의 인물 선택 기준이 후보의 지명도, 정치 관록, 지연, 학연, 혈연 그리고 개인적인 연민에 너무 치우쳤었다는 판단이 든다. 주민들이 도덕성, 참신성,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진 새로운 인물들을 너무 외면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벌써부터 임실에서는 내년 6월 2일 실시되는 군수 선거를 앞두고 10명 안팎의 입지자가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중에는 현직 지방의원과 공무원을 비롯, 전·현직 정치인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다 각계각층에서 활동해 온 전문직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물론 현직인 김 군수도 재판 결과에 따라 명예회복을 선언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투표가 9개월이나 남아있는데도 군수 후보군들은 벌써부터 논두렁과 밭고랑을 누비며 군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어 선거 분위기가 조기 과열되고 있다. 유권자들로서는 이 같은 모습이 기분 좋을 리 만무한 표정이다. 이는 '그동안 투표를 잘못 했다'는 자책감과 '도대체 우리 군에는 왜 인물다운 인물이 없느냐'는 아쉬움이 교차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참된 일꾼을 가리는 일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권자가 외면하고 모른 체 하면 할수록 더욱 더러워지는 게 정치다. 그래서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는 군민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인물 채점표 최상단에 도덕성과 참신성이라는 덕목을 올려놓아야 한다.
'군수가 감옥에 가는 문'으로 일컬어지는 임실의 지방자치. 회생하느냐, 영원한 나락에 빠지느냐는 이제 다시 임실의 주인인 군민 손으로 넘겨지게 됐다.
/김성중(정치·기획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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