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장통 쿨 하게 담아내…문학은 새로운 것 응시하는 힘
열여섯 살 입양 소녀 은재 몸에 한달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들어왔다.
이 대목에서 "꺄악~!" 하고 책을 덮은 독자들이 있다면, 안심해도 좋다. 작가 최은경(35)씨가 청소년 소설 「나는 할머니와 산다」(현문미디어)를 통해 이야기한 '빙의(憑依)'는 청소년기 방황에 다름 아니다. 내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던 시절, 고독하게 자신의 좌표를 찾아 헤매는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다.
"TV에서 보니까, 사춘기엔 정말 특별한 호르몬이 나온대요. 방황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그땐 정말 의도하지 않은 말과 행동이 반항적으로 표출돼잖아요. 서툴고 불안하고 미숙했던 그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저도 긴 방황을 했거든요."
주인공 은재에겐 할머니인지 은재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 엄마의 쉴새없는 잔소리와 아버지의 실직, 동네의 재개발, 학교 폭력이 뒤엉키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남들보다 뭐든 늦었어요. 대학도 뒤늦게 시작했고, 펜도 참 늦게 잡았죠. 방황할 때는 늘 혼자인 것만 같았구요. 근데 나이를 먹다 보니까, 모두가 조그만 '딱지' 하나씩은 갖고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문학이 탈출구가 된 것 같아요. 책을 통해 제가 위안받았던 것처럼 그렇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이어 최씨는 "성인 소설을 쓸 때 보다 소재가 다양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써보니 소재가 많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쓰는 동안은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청소년 소설이 갖기 쉬운 계몽적 사고를 탈피하면서도 문장의 흡인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문학은 가르치거나 다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응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쿨'하게 담겼다.
"모든 장르 가리지 않고 쓸 거에요. 굳이 꼽자면, 인간의 사소한 욕망에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는 이런 소재로 장편소설 쓰고 싶습니다."
정읍 출생인 그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 혹독한 습작기를 거쳐 '서울예대 문학상'을 받았고, 2006년 진주신문에서 단편소설 「오래된 성탄」을 통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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